생각의 편린들

학교폭력 가해학생 강제전학조치, 그 후?

새 날 2013. 7. 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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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정책들이 비슷한 입장이긴 합니다만, 특히 학교폭력과 관련해선 사전 예방과 사후 대책이 서로 톱니바퀴 맞물려 돌듯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제대로된 정책으로서의 의미있는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다행스러운 건 현 정부가 학교폭력을 4대악의 범주에 포함시켜 그 어느 때보다 이의 척결을 위해 동분서주 발 벗고 나선 상황이란 점입니다.  덕분에 학교폭력에 대한 범 사회적 주의 환기가 제법 이뤄져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앞선 학교폭력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우리의 학교폭력 대책은 대체로 숫자로 쉽게 집계되어 성과가 겉으로 드러나는 정책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학교폭력신고센터 117의 양적 성장을 놓고 정책 당국에선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 일정 부분 성공했노라 자평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 그의 정황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정책으로 인한 불균형 내지 부조화는 다른 문제점들을 양산해내고 있었습니다. 

 

양산의 한 중학생, 일주일동안 학교에 못 가

 

경상남도 양산시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에 가담한 한 학생에게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다른 학교로의 강제 전학 명령을 내립니다.  지난해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가해학생에 대한 강제 전학 조치가 가능해졌기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그런데 이 학생의 전학을 받기로 결정된 학교에서 이를 거절, 이 학생이 최근 일주일 이상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해당지역 교육청과 학교 간 갈등으로 인해 가해 학생이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의 학습권이 뭐가 그리도 중요하냐고..  허나 학교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과 학습 받을 개인의 권리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설사 아무리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듯 말입니다. 

 

 

이런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 아닙니다.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학교마다 문제 학생으로 지목된 아이들이 자신의 학교로 강제 전학오는 일을 꺼림직해하고 있습니다.  생활지도 등의 문제 때문이긴 하겠지만, 학부모들의 반대 또한 큰 이유가 될 듯싶습니다.  특히 지역사회의 크기가 좁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선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학교마다 순번을 정하여 강제로 아이들을 떠 넘기고 있습니다.  설사 순번으로 지정된 학교에서 강제 전학생을 받았다손 쳐도 이러한 점 때문에 전학 온 학생은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그럼 이렇듯 새로 전학 온 문제학생들의 거취는 어찌 될까요?  교육청과 학교측의 방치로 인해 이들은 새로운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또 다른 몇몇 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일부 특수학교에 정착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일종의 폭탄이 되는 셈이고, 학교와 교육청은 폭탄돌리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양산의 학생 또한 같은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허술하며 형식적인 학교폭력 대책

 

한편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상반기 초중고교생 660만명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특별검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특별검사에서 학교폭력 징후를 보인 학생에 대한 심층평가와 상담, 보호 등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교들이 이를 생략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몇몇 지역을 표본조사한 결과 후속조치를 받지않은 학생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교육부가 교내 폭력집단을 뿌리뽑기 위해 도입한 일진경보제도 또한 선정 기준이 허술한 탓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진과는 관련이 없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 등의 엉뚱한 기준으로 이를 지정한 탓입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이사비 지원제도는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오히려 등 떠밀듯 전학을 보내려는 듯한 뉘앙스로 인해 수 많은 학폭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습니다.

 

학교폭력, 교육 당국의 해결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다시 양산의 학습권 침해 학생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교육 당국마저 이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나몰라라 하며, 마치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면 과연 누가 이들을 보듬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가시적인 예방대책도 중요하겠지만 이렇듯 실질적인 사후대책이 허술할 경우 작금의 모든 학교폭력 정책들, 결국 공염불에 불과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듯싶습니다.

 

구호만 요란한 정책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형식적인 제스처만 취하는 정책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  4대악 척결을 위해 경찰까지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경찰보다 오히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와 그에 따른 대처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 보여집니다.  지금과 같은 소극적이며 형식적인 사후대책으로는 학교폭력의 근절,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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