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불의에 맞선 청소년들 "도둑맞은 민주주의 찾기 위해.."

새 날 2013. 6. 30. 08:19
반응형

언론의 자유도는 그 사회의 민주화 척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도, 50위에 랭크됐다.  전년도인 2012년에 비해 무려 6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프리덤하우스

 

우리나라는 국제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3년 언론 자유 순위에서 64위에 랭크되며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란 낯뜨거운(?)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여기서 낯뜨겁다란 표현엔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말리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해마시라.  말리라는 국가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님을... 

 

이명박정부 이후 후퇴를 거듭해오며 쇠락했던 "언론 자유국"으로서의 지위, 결국 이의 회복 자체가 요원한 일이 돼버렸다.

 

진실 외면하는 주류 언론들

 

민영방송 SBS가 방송전파를 띄우기 시작한 이후 획일화 일색이었던 밤9시 메인뉴스 시간대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하지만 상업적 성향이 짙었던 방송사의 특성 탓에 SBS 8시뉴스는 MBC나 KBS 9시뉴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심지어 공정성마저 떨어진다는 여론이 비등하여 최소한 뉴스에서만큼은 시청률뿐 아니라 공공성 측면에서 주류인 MBC와 KBS에 비해 크게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철옹성 같이 견고하여 절대 변하지 않을 듯했던 이러한 현상은 최근 역전되고 만다.  시기는 정확히 이명박정부 이후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오며 공정한 방송의 대명사는 이제 SBS가 돼버렸다.  심지어 MBC와 KBS 소속 일선 기자들조차 자신들의 방송 뉴스는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니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SBS의 약진으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SBS는 변함 없다.  상대적으로 MBC와 KBS가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소화하지 못하며 수준이 떨어진 것뿐이다.  덕분에 얌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SBS가 도드라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도둑 맞은 민주주의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

 

이렇듯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언론들의 영향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 자유롭지 못하다.  알게 모르게 이들에 의해 강제 형성된 여론에 따라 그저 꼭두각시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며 묻어가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특한 청소년들이 이러한 왜곡된 언론과 여론의 장막을 걷고 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더니, 어느새 거리로 나서 현 시국에 대해 변화를 바라노라며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도난당해 여기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타인이 빼앗아 가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되찾으려고 합니다.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엄청난 도난사건입니다.  국가 권력은 우리에게서 민주주의 가치를 빼앗아갔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고교생들의 시국선언이 2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렸다.  국정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까지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이에 정정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을 그저 이론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에 옮길 줄 아는 기특한 학생들이다.

 

여전히 부모에게 응석 부릴 것만 같은 앳되고 여린 얼굴의 10대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현 시국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그 만큼 현재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은 실로 오랜만의 일인 듯싶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의해 촉발된 4.19혁명 당시 고등학생들이 대거 거리로 뛰어든 사례를 우린 기억한다.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채 주검으로 떠올라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 열사 또한 당시 교복을 입고 시위 대열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신분이었다.

 

ⓒ오마이뉴스

 

작은 외침들이 모여 거대한 함성으로

 

우리의 현실은 늘 불의를 겪어오면서도 왜곡 보도와 취사 선택을 일삼는 공정치 못한 언론들에 의해 온당히 알아야 할 알 권리들에 대해 눈과 귀를 차단 당해야 했고, 설사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여러 이유를 둘러대며 애써 외면하거나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불의를 알면서도 피하기에 급급한 우리 기성세대에 비해 이에 맞서 용감히 맞설 줄 아는 이들의 영혼, 얼마나 투명하며 아름다운가.  청소년들까지 시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 앞에 놓여진 위기, 크디크다.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집권세력들, 과연 무엇때문에 이처럼 앳된 청소년들마저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비록 어설프지만 과연 무엇이 이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생각을 한 글자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내려가게 했는지를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사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다.  "도둑 맞은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는 이들의 외침을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격앙된 목소리를 끝내 외면한다면 결국 거대하면서도 도도히 흐르는 국민적 저항의 물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사실을 가깝게는 80년대, 좀 더 멀리는 60년 4.19혁명 당시 거리에 나섰던 그대 선배들의 힘찬 외침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날은 공교롭게도 6월 29일, 정확히 26년전인 87년 6월 29일, 민주화를 외쳤던 시민들의 함성에 전두환과 노태우가 6.29선언을 하며 시민들에게 굴복했던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