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단순한 NLL 논란이 아닌 치밀한 정치공작이다

새 날 2013. 6. 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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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격 공개가 있던 다음날 청와대 국무회의 주재석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치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을 낳게 한, 현 NLL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자칭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와 개인들의 잇따른 시위와 항의가 이어졌을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 보수세력 결집 효과를 노린 일종의 캠페인성 성향이 짙다.  이날은 때마침 6.25전쟁 63주년 기념일이었다. 

 

삼위일체 NLL 협공

 

물론 청와대에선 부인해오고 있지만, 최근 박 대통령이 수시로 국정원장으로부터 독대보고를 받았다는 설이 여러 곳으로부터 제기되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에 대해 물타기 의도로 NLL 의혹을 재차 꺼내들었고, 국정원은 이에 발맞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아울러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이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여당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니, 국가정보기관이 레시피를 던져주고, 행정부 수반이 양념을 듬뿍 뿌려준 셈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회의록 전격 공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노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그들의 행동이 너무도 일사분란하며, 주도면밀한 움직임을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닌,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총체적 정치공작 의혹

 

그런데 실제로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이미 해당 회의록이 유출돼 새누리당이 이를 치밀하게 활용했을 것이란 내용이다. 

 

26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법무부장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법안 질의가 이어지는 중, 현안 질의 첫번째 주자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발언 신청에 나섰다.

 

"지금부터 들으실 녹음파일은 작년 12월10일 모 음식점에서 권영세 전 새누리당 대선 상황실장이 지인들과 대화한 것을 녹음한 것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핵심 대화 내용이 있습니다." 

 

NLL 관련 얘기를 해야 되는데, NLL 대화록, 대화록 있잖아요.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거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고. 도 아니면 모고. 할 때 아니면 못 까지. 근데 지금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니까. 대화록 작성하는 데서 거기서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 대사가 대선 과정에서 NLL 회의록 공개 방안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검토했으며, 집권 시 회의록 공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때 국정원을 상대로 회의록 공개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서울신문

 

이뿐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 또한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자신이 대화록을 다 입수해 읽어본 결과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당사자인 김 의원의 사실과 다르다란 해명이 있었으나 의혹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NLL 회의록 공개는 집권세력의 자충수?

 

만일 해당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이는 실로 엄청난, 여권의 총체적 정치공작 행위인 셈이다.  새누리당이 회의록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정법을 위반한 셈이 되기 때문에 거대한 후폭풍을 면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민주당이 총 공세에 나설 태세다.  국회 법사위원장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확보한 100여건의 음성 파일에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모든 어젠다가 다 들어 있으며, 추가 배후도 있다"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온갖 치졸한 행위와 잔꾀 부리며 꼼수짓 하다가 자신들 스스로 자신들의 꾀에 넘어가게 된 건 아닐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물타기하려던 여권, 되레 자신들의 NLL 회의록 공개가 부메랑이 되어 자칫 자신들의 목을 겨누게 될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될 경우 박근혜정부 또한 정통성 시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오늘 중국으로 떠나는 박 대통령의 마음은 어떨까.  과연 편안한 중국 방문과 귀국길에 오르게 될 수 있을지, 방중 결과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귀국할지의 궁금증과 더불어 이 또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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