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 새누리당, 언론의 국정원사건 인식수준

새 날 2013. 6. 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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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민의 대다수가 국정조사가 필요하며,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겨레신문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하여 22일 하루동안 전국 19살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80%에 가까운 이들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국회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65% 이상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청와대 인식 수준의 한 단면

 

하지만 국정 컨트롤 타워 격인 청와대의 생각은 국민들의 그것과 사뭇 다른 듯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인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침묵 모드를 이어나갈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다.

 

지난 정부 때와는 촛불시위의 성격이 다르다.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지난 2008년 5월의 촛불시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당시 정부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응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게 분명하지만, 이번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경우 현 정부가 아닌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나 지금의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자체에 대해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관련 국조 실시 문제는 여야 정치권이 결정할 몫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야당과 일부 진보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현 정권의 정통성 시비로까지 연결지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론 지지율이 높다.  야권에서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건 결국 대선 패배에 따른 분풀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야권의 잇따른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해선 지금처럼 앞으로도 직접적인 언급 따위 회피하겠노란 의중으로 읽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국가 안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수 차례 밝혀온 바 있고,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엔 국정원장 독대보고를 받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실제 그리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와 북한의 변화기류로 인해 국정원장 독대보고가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통령 수시 독대보고설과 이에 대한 야권의 질문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한 새누리당의 행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이에 따르는 국정조사, 그리고 촛불집회에서 익히 봐온 것처럼 자신들에게 불리한 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존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기관과 보조 맞추는 방송사들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시민들의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 집회를 일부 방송사들이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디어오늘의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MBC는 21일, 22일 이틀 모두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소식을 내보내지 않았으며, 케이블 뉴스채널 YTN 또한 이틀에 걸친 촛불집회를 단 한차례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KBS의 9시뉴스에서는 21일 집회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으며, 22일 집회는 단신으로만 처리했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는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국정원사건을 대하고 있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현 정권에 불리하거나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건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으며, 권력기관과 코드를 맞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사회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할 리 없다.  오히려 더욱 깊이있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책임 회피와 상황 오판 마시라

 

23일에도 촛불집회는 계속 이어졌다.  서울뿐이 아니다.  들불처럼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뜻이 충분히 반영됐다.  무려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태도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국민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이 의도하는대로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들 또한 스스로 권력기관의 나팔수가 되어 이들과 보조를 함께 맞추며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고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이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번 정권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리도 떳떳한 일이라면 국정조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도대체 왜 자꾸 회피하려고만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높고, 현 청와대와는 관련도 없는 일이니, 국민들의 뜻에 따라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그만인 일을 왜 자꾸 피하려고만 들까.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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