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학교폭력, 2차 피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새 날 2013. 6. 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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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눈물 흘리거나 속앓이를 하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심지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들마저 부쩍 늘어나게되자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폭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각종 대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시적인 양적 성과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듯합니다.  이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 아닌가 싶습니다.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 개소 1주년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가 개소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년간 이를 통해 접수된 학교폭력 건수가 무려 11만1,57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월평균 9,298건, 일평균 305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올해 4월의 경우 1만2,203건이 접수돼 개소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117센터는 지난해 1월 교육부, 여가부, 경찰청으로 분산돼 있던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통합한 이후 16개 지방경찰청에 17개 센터를 설치 운영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놓고 볼 때 일견 117 신고센터가 자평하듯 마치 학교폭력 해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하였습니다.  신고된 학교폭력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여전히 폭행이 다른 종류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폭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모욕이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정부가 4대악 범주에 학교폭력을 포함시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등 사회적 관심을 불러오는 데에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엔 신고하지 않던 은밀한 모욕까지 적극적으로 신고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신고된 건수를 수치상으로 보나 신고된 유형별로 보아, 양적으로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의미가 부여될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질적으로도 그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습니다.  

 

학교폭력 신고 무용론 설파 교육청 직원

 

한편, 부산시교육청 소속의 한 간부가 지난 10일 부산 모 초등학교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학교폭력은 신고해 봐야 소용없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실을 신고해봤자 소용이 없다.  담임교사를 날리고 싶어 전화하는 것 같은데 질긴 게 공무원 목숨이다.  공무원은 돈을 받으면 잘리지만 웬만해서는 잘 안 잘린다,  경찰이나 교육청에 신고하지 말고 담임과 해결하라.  국민권익위원회에 연락하는 게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 선에서 자를 수 있다.  엄마들 성질 죽여야 한다,

 

물론 일개 교육청 직원의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그의 인격 내지 인간 됨됨이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그냥 넘어가면 그만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의 막말을 곱씹어볼 때 반드시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이 발생하여도 117이나 학교에 신고를 하지 않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학폭 피해자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 명료합니다.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은 요원하고 오히려 2차 피해를 입을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울러 그리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부산시교육청 막말 직원이 언급했던 부분마저 고려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을 당해 신고했지만 결국 보복폭행으로 연결된 사례가 실제로 최근 일어났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부산 지역이었습니다.

 

학폭신고 보복폭행, 2차피해 대책 절실

 

부산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3살의 이 모양이 지난 4월, 또래 학생 6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습니다.  대낮에 공사 현장 등으로 끌려다니며 7시간 동안 얼굴과 다리 등을 맞아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지난해 여러 차례 폭행당한 선배 3명을 학교에 신고하여 그들이 학교로부터 전학 등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러한 보복폭행이 비단 이 학생만의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고센터가 활성화되어 있고 실제로 수많은 신고들이 접수되고 있지만, 대다수 학폭 피해자들이 여전히 신고를 꺼려하는 이유,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모양의 학교에선 이렇게 항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학교자치폭력위원회를 개최하여 사회봉사, 교내봉사 모두 다녀왔다."

 

학교에선 매뉴얼의 처리방식에 의해 기계적이며 형식적으로 조치하면 그만입니다.  이후에 발생할 2차 피해는 온전히 학폭 피해자의 몫이 됩니다.  오히려 정부에선 고통을 당하는 학폭 피해자들에게 범죄 피해자들이 이사갈 때 이사비를 지원해 주듯 이사비를 지원해줄 테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라며 등 떠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자살이란 마지막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해 학생의 보복 폭행 때문입니다.  수시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게다가 보복이 자행되어도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책으로 인해 현실은 부산시교육청 직원이 언급했던 막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예방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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