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방북 허용해야

새 날 2013. 6. 23. 08:43
반응형

지난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양측의 자존심과 기 싸움 양상을 보이며 무산된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어떠한 활로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양측이 서로 책임 전가에 급급해하며 전혀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겠지만, 그들중 아마도 개성공단 입주 업체와 그 협력업체들이 가장 애 태우며 고난의 시간을 지내오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생존권 위협받는 개성공단 업체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업체들 대부분이 공장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대출이자 등의 고정비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없는 돈 끌어 모아 버티기에 돌입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도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경협보험에 가입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3곳 가운데 2곳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경협보험을 받는 기업은 정부에 공단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기업들은 당장 생존을 위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고 있지만, 나중에 공단이 정상화됐을 때 다시 돌아갈 일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이에 정부는 입주기업에 자산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할 방침이라지만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로선 이의 행사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북에 두고 온 기계설비 등의 장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가동 중단시기가 3개월을 넘어설 경우 설비기계 등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장마철을 맞아 습도가 높아지고 누수가 시작되면 향후 공단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고가의 기계설비와 장비들이 모두 녹슬어 폐기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뿔난 개성공단 업체들, 최후통첩 날리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계 전자부품 업체들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다음달 3일까지 방북 허용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결정을 내리겠다는 최후통첩을 남북 당국에 보냈습니다.  방북을 호소한 기업들은 개성공단 입주 123개사 중 기계 전자부품을 생산해온 46개사입니다.

 

이들은 생산설비 관리인력만이라도 당장 방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달 3일이면 개성공단 파행이 시작된 지 정확히 석 달이 되는 시점입니다.  이때까지 유지 보수인력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면 고가의 기계설비들이 모두 고철로 변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성에서 활동하던 근로자협의회의 법인장급 대체 임시기구,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또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공단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하며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절박한 심정과 정상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국토대행진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해결 의지 있나

 

한편 남북당국회담 무산 이후 북한에 수정제안은 없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던 정부가 지난 21일 돌연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지극히 소극적으로 일관한다는 여론의 뭇매와 비판에 대해 다분히 의식적이며 형식적인 제스처로 읽혀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북한에 제의해놓은 실무회담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정작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방북 허용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즉답을 회피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방북 허용해야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한 목소리로 애타게 주장하고 있는 설비 점검을 위한 방북을 허용해야 합니다.  7월 3일이면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정확히 3개월이 됩니다.  업체들이 당장 직면한 어려운 입장에 대해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고려되어야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지금처럼 마냥 기다리고 있기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상황이 너무도 엄중합니다. 

 

원칙도 중요하고 명분 또한 중요한 일이지만, 무턱대고 원칙만을 내세우기엔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 어떤 명분이나 원칙도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협력업체 그리고 그의 가족들 생존권과 관련된 일보다 중요하진 않을 것입니다.  융통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되어집니다.  격을 따져가며 자존심 내세우고 상대방에게 먼저 무릎 꿇으라는 식의 태도와 북측에서의 한 박자 빠른 반응 보이길 기다리기보단 실리를 내세워 우리측에서 먼저 전향적 자세를 취한다면, 역으로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남북 경색 국면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보겠노라며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으면,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실무진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아무 것도 없게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그저 남의 일인 양 두 손 놓는 일이 전부일 것입니다.

 

남북이 서로 자존심 내세우고 책임을 떠넘겨가며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개성공단 입주 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생존이 위태해져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방북을 조속히 허락하여야 할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