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늦은 봄날, 불심 가득한 해상사찰 보문사를 오르다

새 날 2013. 6. 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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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서울 기온은 봄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좀 더 들어간 석모도엔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닷가라 그런지 습기 잔뜩 머금은 바람이 제법 차가운 느낌으로 피부에 달라 붙고 있었습니다.

 

서해안에 올 때면 늘상 내 몸에 감겨오는 이 바람, 과히 좋은 감촉은 아닙니다만, 더위를 피해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위안을 가져 봅니다.

 

 

보문사의 입구는 무척 가파릅니다.  아니 안쪽에 들어선 뒤에도 가파른 언덕길은 계속됩니다.  어떻게 이런 가파른 산 중턱에 요로코롬 멋진 사찰을 지을 수 있었는지 그저 의아할 뿐입니다.



절 입구 식당 앞에서는 식당 직원들이 쑥 튀김 등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쑥 튀김이란 건 생전 처음 먹어 봅니다.  쑥 향이 코를 자극해 오며 입 안으로까지 퍼져오는 느낌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인진쑥이 강화도의 특산물 중 하나라 하더군요.

 

 

이곳 사찰은 불심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불심발(?)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전체 사찰 중 3위 안에 꼽힐 정도의 수준이라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건물들 하며 주변 경관들을 보아 하니 돈 꽤나 많은 사찰이란 느낌이 팍팍 전해져 옵니다. 

 

 

보문사 석실 위쪽으로 마애관음보살상이 보존되어 있는 눈썹바위가 보이는군요.  상당한 높이인 듯합니다.

 

 

종무를 담당하는 건물 같은데...  뒤쪽에 마련된 가지런한 장독대가 주변을 휘돌아 감싸고 있는 옛 정취의 담벼락과 함께 정겨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길게 나열되어 있는 애기 부처님상도 이채롭지만, 부처 앞에 놓여진 동전에 더욱 눈길이 가지는군요.

 

 

소원이 이뤄진다는 길이라기에 오르기 시작해 봅니다.  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됩니다.

 

 

계단의 경사도 경사지만, 그 길이가 상당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계단은 맨 꼭대기에 위치한 눈썹바위로 오르는 길이더군요.

 

 

벚꽃이 이제사 만개하였습니다.  이곳의 기온이 다른 곳보다 확실히 낮다는 의미겠지요.

 

 

눈썹바위 8부 능선 쯤 해당되는 곳, 멀리 서해바다가 보입니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영 별로이긴 하군요.

 

 

드디어 눈썹바위에 도착합니다.  기온이 차가웠음에도 불구하고 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얼굴에선 땀이 연신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상의 모습입니다.  승려 한 분께서 절을 하고 계셨습니다.

 

 

눈썹바위에서 내려와 보문사 석실을 둘러 봅니다.

 

 

석실 내부의 모습입니다.  불자들의 절하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석실의 좌측 건물엔 누워있는 거대 부처상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일명 와불상이라 불리웁니다.

 

 

500 나한상?  석상이 모두 합하여 500개나 되는 모양입니다.

 

 

다소 먼 곳에서 바라본 석실과 눈썹바위의 모습입니다.

 

 

사찰 내에 위치한 전통찻집, 이곳의 특산물인 연꿀빵을 구입하기 위해 잠시 들렀습니다.

 

 

박스째 온전히 집에 가져가려 하였건만, 맛이 너무도 궁금하여 그만...

 

 

일단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달달하니 제 입 맛에 잘 맞는군요. 흠..

 

 

보문사 앞에 있는 식당 한 곳을 정해 자리에 앉았는데, 서늘한 기운이 올라와 결국 벗었던 겉옷을 다시 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에 왔으니 식사는 조촐하게 산채비빔밥으로...

 

 

그래도 섬에 왔는데, 절만 구경하고 가기엔 많이 섭섭하지요.  그래서 민머루 해변을 찾았습니다.

 

 

여느 서해안의 해변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갯벌 대신 모래사장이 곱게 깔려 있다는 점 정도?

 

 

주변의 바위들, 바닷물에 의해 같은 형태로 침식된 듯 모두 비슷한 문양들의 옷을 갖춰 입었더군요.

 

 

보시다시피 물은 그다지 깨끗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해수욕하기엔 찜찜하겠더군요.

 

 

바닷가의 비릿한 바람을 한참이나 흠뻑 뒤집어 쓴 채 다시 서울로 향하는 차에 오릅니다.  어린이날 연휴 첫날이라 행락객들이 무척 많은 편이었으나 다행히도 차는 크게 막힘 없이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찰 중 낙산사,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사찰에 꼽힌다는 보문사, 불심발이 좋기로 소문나 있어 이곳을 찾는 불자들의 행렬이 끝이 없습니다.  불자 아닌 제가 보더라도 사찰의 살림이 꽤나 넉넉할 것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사가 급하여 오르기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제법 힘이 들기도 하였지만,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해안과 눈썹바위 등의 독특한 볼거리들은 지친 육신에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었답니다. 

 

이상 늦은 어느 봄날의 보문사와 석모도 해변 방문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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