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적지 경포대에 도착했을 땐 모두 그쳐 오늘 일정에 큰 불편을 주진 않았네요. 오히려 기온이 낮은데다 햇빛마저 없어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었기에 상당히 쾌적한 여행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파란 바다를 늘 동경해 왔습니다. 동해바다는 저의 그런 허기를 매번 충실히 채워 주었구요. 이번에도 역시 그런 파란 바다를 그리며 왔건만 흐린 하늘 때문에 바다색마저 찌푸려져 있었네요.
일단 뱃속의 허기부터 해결해야 할 듯합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강릉의 먹거리, 역시 초당 순두부가 먼저 떠오르는군요.
인근 식당 중 괜찮은 곳을 슬쩍 귀동냥으로 주워 듣고 그 곳에 안착했습니다. 초당순두부를 주문했어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약간 칼칼한 맛의 순두부와 정갈한 반찬, 저희 입맛엔 딱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 해변 탐방에 나서 봅니다.
해수욕장은 아직 개장 전인데, 성급한 일부 젊은이들이 물에 들어가 놀고 있군요. 해수욕장에서 청년인지 아저씬지 구별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데, 무얼까요? 모르신다구요? ㅎㅎ 알려 드리지요. 아주 간단합니다. 해수욕할 때 웃통을 벗으면 쳥년인 거고, 웃옷을 입은 채 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아저씨인 겁니다. 저요? 물론 입고 합니다만. 그야 뭐 살이 탈까봐.....ㅡ.,ㅡ
대략 8년 전이었을까요? 경포대는 그 후로 처음이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주변 환경은 별로 변한 게 없는데 정작 해변의 모습이 많이 변했더군요. 모래사장의 침식이 심각해 보입니다. 심한 경사가 질 정도로 침식이 진행되었더군요.
'솔향 강릉'이라 불리울 정도로 소나무가 자랑인 곳입니다. 해변 뒤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쉼터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위태로워 보이지만 솔잎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프리 와이파이존이라 되어 있길래 테스트해 보았습니다만 무료 무선랜 망은 아무 것도 안 잡히더군요. ㅡ.,ㅡ
해변 곳곳에 있는 그네 의자, 거구의 연인들이 앉아 있다 무너진 걸까요? 아니면 술 취한 주정뱅이에 의해 파손되었을까요?
저희도 빈 그네 의자를 발견하고 앉아 봅니다. 이 놈 물건이더군요. 그늘도 만들어 주고 흔들이도 되어 주고....
그네 의자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다행히 하늘이 점차 개기 시작하는군요.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주변 상가의 편의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상가 쪽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나름 운치 있어 보이네요.
이제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어느덧 하늘은 완전히 개어 햇빛도 얼굴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이 길도 걷다 보면 어느새 끝 언저리..... 우리의 삶도 그렇겠지요....
대관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보이는 경포호, 이 곳에 올 때마다 경포호는 구경도 못하고 그냥 가게 되네요. 안타깝지만 이번 여행길도 마찬가지... 언제가 될런지 기약은 없지만 다음에 이 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들러야 겠습니다.
대관령에 도착하였습니다. 옛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가 있던 곳인데요. 차들이 엄청 많군요. 이 곳도 대략 8년 만에 찾은 듯합니다. 그 당시엔 완전 썰렁했던 곳인데요. 어느덧 이렇게 변해 있었군요.
휴게소 주변에 각종 가게들도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어요. 특히 양떼목장이라 해서 그런지 양꼬치를 파는 가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약간은 황당한 발상인 듯해요. 아마도 수입 양고기를 파는 듯.... 실제로 사 드신 분들 중 일부는 먹다 버리기도 하셨어요. 너무 뻑뻑하고 맛이 없다며....
매표소를 지나 입구로 가는 길입니다. 파란 하늘, 간만인 듯하네요.
박정희 개발 독재 정권 시절, 큰 돈이 될 거라 예상하고 호주로부터 수입한 양을 지리산 바래봉에 방목시켰답니다. 이 양들은 무늬만 양이었지 실제론 양의 탈을 쓴 돼지라 하네요. 그 정도로 먹성이 좋다 합니다. 지리산 바래봉 부근의 식물들은 모조리 뿌리 채 뜯겨 먹혀 버렸는데, 오직 한 종, 철쭉만 그러지 못했다는군요. 철쭉엔 독성이 있어 양들이 건드리지 못한답니다.
결국 양들을 전부 폐기했는데 지금 양떼목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그 중 200마리를 구입해 이 곳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양떼목장이 된 거라 하더군요. 그러한 연유로 지리산 바래봉엔 철쭉이 유명하게 된 거구요.
산책로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산책코스는 1킬로 정도 된다 하는군요. 맑은 하늘이 참 보기 좋습니다만, 이도 잠시였습니다.
양떼목장의 상징물(?), 이 곳은 반드시 흔적으로 남겨 놓아야겠죠. 그런데 이 구조물의 명칭을 모르겠어요. 물론 그냥 운치 있어 뵈라 만들어 놓긴 한 듯한데, 그래도 이름이 있을 텐데 말이죠.
안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네요.
직접 보아도 수채화네요.
상징물(?)을 뒤로 하고 계속 갈 길을 갑니다.
방금까지 분명 맑은 하늘이었는데.... 어느샌가 안개가 피기 시작합니다.
양들의 방목, 충분히 이국적인 모습이군요. 운이 좋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 오기 전까지 비가 내려 오늘 방목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거라 하더군요. 양은 물에 젖으면 탈이 난답니다. 그래서 비도 못맞히고 절대 목욕 따위는 평생 없다는군요.
한 폭의 그림 같죠? 그런데 그런데... 사실 냄새가 좀 납니다. 양 냄새요. 목욕을 안 해 그런가 봐요. ㅡ.,ㅡ
요 녀석은 몸이 근질거리나 봐요. 철사줄에 연신 지 몸을 문질러대더군요
안개가 점차 짙어집니다.
산책로 정상입니다. 안개가 손에 잡힐 듯하네요.
양 모이 주기 체험장입니다. 이 곳에서 건초를 받아다 양들에게 직접 주는 방식이죠.
양들의 수만큼이나 성격들도 참 다양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피하는 놈이 있는 반면에 가만히 있는 놈이 있고, 적극적으로 밥을 얻어 먹는 놈이 있는가 하면 밑에 떨어지는 건초만 주워 먹는 실리 추구형의 녀석도 있구요.
먹이 주기 체험을 마치고 이 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경포대 편의점에서 구입한 아이스커피를 이 곳에서....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커피를 마신 후 서울로 복귀하는 차에 올라 탑니다.
서울에서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오가며 사용한 와이브로, 신호 끊김 없이 잘 잡히는군요.
올라오는 길에 휴게소 한 곳을 들렀습니다. 이천휴게소인데요, 차에서 내리니 마치 열대지방에라도 온 느낌이라 할까요. 강원도에선 더운 줄 모르고 있다 30도 넘는 기온을 만나게 되니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의 여행길이었지만, 실컷 볼 수 있었던 동해바다와 오감을 충족시켜 준 허브농장, 시원한 이국적 느낌의 양떼목장까지, 매우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길이 저희를 더욱 즐겁게 해 주는 것은 뻔한 일정보다는 가끔 터지는 예기치 않은 일들 때문이겠지요. 약간은 일찍 도착한 서울, 덕분에 뜻밖의 공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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