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리 갈대밭을 떠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산 모시 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한산면 행사장에 도착하였습니다. 행사 관람 전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행사장 안에 마련된 전통 먹거리 장터로 향했습니다. 장터 위쪽으로는 각 마을 단위로 각종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주민들을 위한 마을 잔치가 벌어졌더군요.
1년에 한 번 씩 개최되는 이런 류의 행사는 으레 그 지역 공동체인 마을의 큰 잔치로 이어졌겠지요. 저흰 근처를 배회하며 군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용기를 내어 보았어요. 모시떡과 부침개 등을 조금 얻어 왔지요. 시골 인심을 확인하며 이를 들고 저흰 부근의 먹거리 장터 중 한 곳을 골라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 곳의 특산물, 모시로 만든 청냉면을 주문했습니다. 전통 먹거리 장터라 하여 다양한 전통 음식을 기대했건만 점포마다 메뉴와 가격을 통일시켜 놓아 점포만의 특징을 찾을 수도 없었고 주로 일반 음식들만 판매하더군요. 냉면 맛은 완전 별로였습니다. 반면 집사람이 얻어 온 모시떡과 부침개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명색이 전통 먹거리 장터이니 엄선된 업체를 입점시켜 실제 전통 음식들을 판매해야 했으나 업종에 상관 없이 입점시켜 놓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호프집도 있더군요. 이런 곳이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죠.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산 모시 문화제 관람에 나섰습니다. 행사를 알리는 광고풍선이 하늘 높이 떠 있어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고 있네요. 한산 모시는 그 유래가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 가며, 대략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천연 섬유입니다.
오른쪽에 걸려 있는 것이 태모시입니다. 태모시란 모시풀에서 뽑아 낸, 가공되지 않은 최초의 모시 형태를 말합니다.
태모시관에서는 모시풀을 이용해 태모시를 뽑아 내는 시범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시풀과 모시잎의 모습, 모시풀의 줄기를 이용해 태모시를 만들어 냅니다.
한 쪽에선 모시를 이용한 맛자랑 경연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출품된 음식들을 보며 미니어쳐인가 하고 제 눈을 의심했지만 실제 음식이었습니다. 아래로는 출품된 음식 일부입니다.
모시를 이용해 이렇게도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구요. 미니어쳐처럼 이쁘게 만들어진 모양과 색상에 두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음식 경연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꼬마들이 나와 합창으로 흥을 돋우고 있네요.
모시를 활용한 각종 체험 공방도 마련되어 있었구요. 한 쪽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체험관도 별도 부스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 곳에선 관람객들에게 필리핀 음료 시음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도 받아 마셔 보았습니다. 달콤하며 열대과일의 향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필리핀인 행사 요원에게 재료가 무어냐 물었더니 망고와 오렌지라 하네요.
밖으로 돌아 다니기엔 너무 더운 날씨군요. 해서 실내를 찾았습니다. 모시 전시관입니다.
왼쪽은 일본, 가운데는 한국, 오른쪽은 중국의 모시입니다. 육안으론 특징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테구요. 다만 차이점이라 한다면 우리나라 모시가 얇아 그런지 밑의 물체가 가장 많이 투영된다는 사실입니다.
왼쪽은 한국의 베틀, 오른쪽은 중국의 베틀입니다. 한국과 중국 베틀의 본격 배틀?
천연염료로군요. 이런 염료로 우려낸 색은 은은한 멋이 깃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죠.
색상 참 곱네요.
발도 모시로 만드니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앗, 옆에 서 계시는 처자분, 많이 뵙던 분 같네요. 전설의 고향에서....
그림 속의 모시풀과 실제 모시풀을 비교해 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무형 유산 등재 기념으로 만들어진 한산 모시 홍보관입니다.
한산 모시 홍보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산 모시 침구류 가격표입니다. 사실 많이 비싸죠. 하지만 모시풀을 가공해 하나의 제품으로 나오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된다면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일례로 모시풀에서 태모시를 만들고, 이를 이어 10미터 정도의 길이로 만드는데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합니다. 게다가 모든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죠. 모시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결국 그 제품에 깃든 수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댓가를 구입하는 것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모시 길쌈 시연 모습입니다. 연신 손끝과 이빨을 오 가며 태모시를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흔히 사용하는 '이골이 나다' 라는 표현도 바로 이러한 작업 때문에 이 곳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행사장 한켠에선 또 다른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한산의 전통주인 소곡주 축제였습니다. 메인 행사장에선 국악과 함께 주도에 대한 예절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네요.
소곡주 축제 행사 기념 조형물, 술잔에선 연신 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선 소곡주 시음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엔 너무 부담스럽네요.
소곡주 측제장에서 한산 모시 문화제 행사장을 가기 위해선 이 모시 연인의 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태모시로 그늘 길을 만들었군요. 실제 연인이신 분들은 이 곳에서 사진 촬영 많이들 하시네요. 우린 연인이 아니므로 사진 따윈 패스...
다시 한산 모시 문화제 행사장으로 넘어 왔습니다. 마당에는 모시풀이 잔뜩 심어져 있군요.
이번 제23회 한산 모시 문화제는 6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행사 내용은 매우 짜임새 있었고, 규모도 상당하더군요.사회 교과서를 통해 암기가 필요한 지역 특산물 정도로만 치부해 버렸던 한산 모시, 실제 접해 보니 그 정성이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아마도 이번 문화제 경험의 최대 수확은 우리 전통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깨달은 점일 것입니다. 3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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