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청태산 자연휴양림-횡성-이포보-두물머리 <1/2>

새 날 2012. 6.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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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토요일, 시간 맞춰 나가려니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 마냥 홀가분합니다. 차를 직접 운전하며 얻는 편안함이나 자유로움보다는, 오히려 교통체증과 운전 부담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와 닿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오늘만큼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구요.

 

언제 어느 곳을 향하든 여행길은 늘 설렙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은 기분을 달뜨게 만들어주기도 하구요. 일찍 출발한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저희만 그런 게 아닌 모양입니다. 고속도로는 이미 몰려나온 차량들로 빼곡합니다.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막상 길에 나와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옆 좌석에 앉은 할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행락객들의 모습을 보고 하신 말씀입니다. 일견 맞긴 합니다만 거꾸로 전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다들 찌든 삶에 지쳤고, 이의 치유를 위해 산과 바다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는 길에 휴게소 한 곳을 들렀습니다. 이 곳도 도로 위와 상황이 비슷하여 사람들과 차로 가득합니다. 오전 9시 정도의 시각이었습니다만 화장실은 줄서기를 해야 했구요. 특히나 여자 화장실은 밖으로 긴 줄이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커피가 고프네요. 자판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물가인상의 쓰나미는 이 곳도 예외가 아니군요. 한 잔에 500원이었습니다만 다행히 맛은 이제껏 먹어본 자판기 커피 중 제일이었네요.

 

얼마 후 차는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습니다. 해발 1,200미터에 달하는 높이가 말해주 듯 산세가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습니다. 창밖으로 이 곳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였지만 이를 지나고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더군요. 자동차 없이는 접근하기 힘들 듯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놓인 안내지도부터 살펴봅니다. 숲 해설가께서 산행 안내를 맡아주셨고, 오늘은 이 분의 해설과 함께 청태산의 일부를 산행하게 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온은 주변보다 낮아졌고, 콧등의 점막을 자극하며 파고드는 공기는 확실히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했습니다. 숲 해설가님의 해설과 동시에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40여년 전 이 곳에 거주하는 세대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소나무와 잣나무 등의 침엽수를 심어놓은 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산행 초입부에서 발견한 개미집, 나무 밑동을 파 그 곳에 집을 지어 놓았더군요. 이 곳의 개미들은 도심의 개미와 차원이 달랐습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크기의 개미들이 즐비했어요.

 

 

 

나무로부터 나오는 피톤치드가 몸에 이롭다고들 하죠. 우리 조상들은 서양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는군요. 심지어 떡 먹을 때 조차도 솔잎을 깔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도 재밌게 들려주셨습니다.

 

극심한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탄소배출, 이의 억제 능력이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듯한데요. '백합나무'라는 종은 여타 종에 비해 탄소 흡수 능력이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의 생장환경 실험을 위해 이 곳 청태산에 심어 놓았었구요. 그 결과 해발 450미터 이상에선 잘 자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답니다. 탄소배출량 규제와 맞물려 앞으로는 그보다 낮은 지역에서 이 백합나무를 자주 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백합나무 잎의 모습입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식물들의 잎과는 달리 잎의 끝부분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둘로 갈라져 있는 모양새네요. 이 곳의 고도가 높은 지라 잎들이 대부분 싱싱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도심에서도 앞으로는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유가 발견된 이후로 인류는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지요. 그 결과 엄청난 탄소배출로 인한 심각한 기후변화로 이어졌구요. 이젠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판이네요.

 

 

입구를 벗어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미 키 높은 침엽수들로 가득합니다. 해설가님께서 '조릿대'라는 풀의 잎을 따 피리를 불어 보이시더군요. 조릿대는 조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대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이랍니다. 풀도 아닌 나무도 아닌, 그 중간 쯤 위치한 식물이라는군요.

 

 

 

조릿대 잎으로 배도 만들 수 있어요. 해설가님께서 알려주신 방법 대로 따라해 보았습니다.

 

 

 

바로 옆 조그만 개울에 만든 배를 살포시 띄워 보냈답니다. '속새'라는 식물도 잘라 불면 피리 소리가 났어요. 이 식물은 예전엔 이를 닦거나 손톱 손질할 때도 사용했었다는군요.

 

 

 

 

속새는 이곳 저곳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매우 조그마한 꽃입니다만, 색상이 강렬해 쉽게 눈에 띄는군요. '미나리아재비'라는 꽃입니다. 독초라는군요.

 

 

'개다래'의 꽃은 아주 보잘 것 없습니다. 워낙 조그마해 잘 보이지도 않죠. 그래도 나름 살아가는 방법은 다 있었습니다. 잎들 중 일부분을 흰색으로 바꿔 지나가던 벌이나 나비로 하여금 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의태를 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뛰어 놀고 있는 다람쥐 발견... 워낙 움직임이 빨라 포착하기 쉽지 않네요.

 

 

'고사리'로 알고 있었는데 사람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더군요. 어떤 분은 '개고사리'라고도 하네요. 그런데 평소 보던 것과는 달리 그 크기가 엄청나군요.

 

산에서 약용 또는 식용으로 캐오는 이름 모를 식물들을 함부로 먹었다가는 영원히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입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깊은 산속도 아닌 이 곳에도 도처에 독초들이 널려 있더군요.

 

 

잎의 모양은 언뜻 '쑥'과 비슷해 보입니다. '부자'라는 식물인데 투구꽃을 피운다네요. 독초로 알려진 식물입니다. 과거 사약의 재료로 이러한 독초들이 쓰였는데, 한 가지가 아닌 5가지 정도의 독초들을 섞어 제조했답니다. 이 식물도 그 재료 중 하나였구요.

 

 

잎에 가시가 돋힌 '쐐기풀', 이 식물의 잎이 살갗을 스치면 10분 가량 고통이 따른답니다. 가시에서 나오는 성분이 쐐기 벌레가 쏘는 성분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숲 해설가님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한 산행이 모두 끝났습니다. 코스가 생각보다 짧았던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네요. 어르신들의 비율이 많아 나름 배려 차원으로 선택되었던 코스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와중에 산행을 함께 하지 않고 무리를 이탈하여 갖가지 나물류 한 보따리 씩을 캐온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 곳은 국립 휴양림이며 국가자산이라 이 곳의 물건들을 함부로 채취해가는 행동은 범법행위입니다. 숲 해설가님께서도 이 점 분명히 했었구요. 어느 곳을 가든 일탈행위를 일삼는 분들이 꼭 계시더군요. 이런 분들은 아마 '나 하나 쯤이야'라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치신 분들일 겁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뿐 아니라 모든 숲과 산은 힘들고 지친 우리 도시인들에게 있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더 없이 귀한 '약초'와 같은 존재입니다. 소중한 '약초'도 사용하기에 따라 언제든 '독초'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서로 눈살 찌푸리는 일 없도록 조심해서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죠.

 

어느덧 점심식사 시간이 가까와지는군요. 이젠 이 곳과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을 기약하며 일행은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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