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생태도시 서천 탐방 <1> - 신성리 갈대밭

새 날 2012. 6.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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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여전히 날은 덥습니다. 연무가 낀 탓인지 완전히 쾌청한 하늘은 아니었구요. 일주일만에 다시 여행길에 오릅니다. 이번 길은 집사람과 함께 했구요. 아이들은 얼마 전 수학여행을 각기 다녀 온 데다 개인 일정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미안하긴 했어요.

 

역시나 주말 도로는 차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 이른 시각에 어디들을 그렇게 가는 것일까요. 버스에서의 정체는 승용차의 그 것에 비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다소 지루하다 싶으면 잠을 청하던지 음악이라도 듣고 있으면 될 일입니다. 이런 자유가 너무 좋아 요샌 운전대를 거의 잡지 않고 있네요.

 

 

 

휴게소 한 곳을 들렀습니다만 사람 반 자동차 반이더군요. 여자 화장실 줄 서는 모습은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남자 화장실 줄 서는 모습은 처음 보게 되네요. 얼마 전 들른 모 휴게소에서는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 학창시절 은사님께 들었던 사례가 떠 올랐습니다.

남자들이 작은 볼일을 볼 때면 중앙으로의 명중률(?)이 떨어지니 변기 뿐 아니라 주변마저 지저분해지더랍니다. 여기서 착안, 실제 파리 크기의 모형을 변기에 붙여 보았던 거죠. 그랬더니 그 뒤로는 소변이 한데로 튀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하네요.

이제껏 수 많은(?) 화장실을 가 보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적용된 사례는 처음 겪어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휴게소에도 적용되어 있을까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만, 줄 서면서까지 힘들게 자리 잡은 소변기에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 길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서천의 대표 관광지, 신성리 갈대밭이었습니다. 다음 길로 예정된 한산면의 한산 모시 문화제 현장 모습도 지나오는 길에 살짝 엿볼 수 있었구요.

 

 

 

신성리 갈대밭은 한국을 대표하는 8대 갈대밭 중 한 곳이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유명세로 더욱 잘 알려진 곳입니다. 금강 변에 위치한 갈대밭은 넓디 넓습니다. 바람에 넘실거리는 갈대 사이로 마치 배경음악이라도 선사해 주려는 양 오리 등의 생태 생물들 소리가 연신 들려 오고 있었어요.

 

 

 

나무로 만들어진 쉼터에선 이쁜 사진도 찍어 보구요.

 

 

 

친환경 생태도시답게 종합 안내판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바닥의 흙 또한 친환경 흙이라 하네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발걸음 하나 하나 옮길 때마다 포근함이 느껴지고 오랜 시간 걸어도 힘든 줄 모르겠더군요.

 

 

부드러운 흙길을 사뿐히 밟으며 본격 갈대밭 탐방에 나서 봅니다. 우측의 비행기 프로펠러를 연상케 하는 바람개비 모형이 다소 생뚱 맞군요. 이왕이면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지고, 실제 바람에 의해 작동된다면 좀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입구에서 시작된 나무 데크가 탐방로 곳곳에까지 설치되어 있어 갈대밭 사이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갈대들 사이로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란 글귀가 눈에 뜨입니다. 쉬운 글귀 속에 쉽지 않은 삶의 본질이 담긴, 법정 스님만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구요. 아주 사소한 것마저도 움켜 쥔 채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 '나'에 대한 질타로 느껴져 사실 찔끔 했더랬습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이 곳에 관련 테마가 없을 리 없겠죠.

 

 

 

 

 

당시 참 재밌게 봤던 영화였지요.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 곳 테마 길 덕분에 영화 속 장면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게 해 주네요.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다 보니 과거 좋았던 남북 관계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저 아련하기만 합니다. 빠른 시간 내 관계가 개선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살다 보면 무수한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이런 자신을 가끔 돌아보기도 하구요. 올바른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못지 않게 후회스런 선택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 같긴 해도 어쩌면 "인생이란?" 질문에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다"가 정답일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조금 내려오니 금강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오리(?)가 진짜였으면 더 좋을 뻔했네요.

 

 

계속 가다 보면 금강으로 연결되겠군요. 이를 막기 위해 설치된 금지구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겠구요.

 

 

 

 

습지에선 습지식물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물 같은 것들도 있었구요. 습지의 물은 금강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도록 조그맣고 이쁜 다리도 놓여 있었구요.

 

 

갈대 사이로 솟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광활한 갈대밭의 모습,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연무가 옅게 끼어 기온은 더욱 높게만 느껴지는군요.

 

 

돌아가는 길, 갈대농경문화체험관이란 곳을 들러보았습니다만, 내부에 편의점 외 특별한 시설이 없는 것을 보니 건물만 완공한 채 아직 준비 중인 듯해 보입니다.

 

뜨거운 6월 햇살 속에 드넓은 갈대밭을 누비다 보니 그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네요. 덕분에 저의 살들은 거뭇거뭇 익어 가고 있구요. 중간 중간 원두막처럼 지어 놓은 쉼터가 있긴 하지만 태부족인 듯해 보이구요. 여행자들의 보다 편안한 탐방을 위해 조그만 그늘 시설들이 군데 군데 더 설치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오전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음 길을 위해 서천군 한산면으로 향합니다. 계속해서 2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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