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네 녀석의 좌충우돌 맛있는 횡성 여행

새 날 2012. 7.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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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연락이 닿은 고딩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녀석, 그간의 연락두절에 대한 속죄(?)를 위함인지 저희에게 뜻밖의 제안을 해왔습니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모 펜션으로 저희를 초대한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고딩 친구 4명의 좌충우돌 횡성 여행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7월 27일 저녁, 평소보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친 저는 함께 떠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접선 장소에서 약속 시각에 정확히 만난 저희는 승용차 한 대를 이용해 본격 여행길에 오릅니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데는 약간의 정체를 피할 수 없었지만, 일단 도심을 벗어나니 괜찮은 도로 상황이었습니다. 날은 금세 어둑해졌고, 고속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로에 진입하니 사방은 더욱 깜깜합니다. 내비는 계속해서 꼬불꼬불한 강원도 산길로 안내하고, 저희는 방향 감각을 온전히 내비에만 의존한 채 그 길을 열심히 내달립니다. 가끔 한밤 내지 새벽의 깜깜한 지방국도를 지날 때면 오싹한 기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둠에 의한 본능적인 공포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각종 미디어에 흔하게 노출된 학습 효과(?)의 영향이 더 크리라 생각됩니다.

 

출발한 지 대략 2시간 가량 되었을까요? 어느덧 목적지인 횡성에 도착하였습니다. 생각보다는 일찍 도착한 듯합니다. 온통 깜깜한 상황이라 주변 모습이 어떠한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저희를 초대한 친구의 대접이 융숭치 않을 경우, 저흰 바로 차를 서울로 되돌리기로 약속하며 왔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만, 내심 융숭한 대접을 바란 건 사실입니다.

 

 

도착하니, 저희를 초대한 친구 녀석이 고기를 굽기 위해 토치로 불 붙이기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치와 연결된 부탄가스통에 불이 붙어 바닥에서 훨훨 타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자칫 가스통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 당황한 친구 녀석 결국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네요. 이래서 토치로의 불 붙이기는 실패하고, 그냥 라이터와 종이를 이용해 붙 붙이기를 하였습니다. 친구는 불판 위로 사전에 준비한 횡성 한우를 올려 놓고 굽기 시작하였구요.

 

 

구워가며 한 점씩 먹어본 횡성 한우, 맛은 괜찮은 듯하군요. 뭐 워낙 저렴한 입들이기에 어떤 고기를 주어도 맛있지 않은 게 있을 리 없지 않겠어요? 아... 한국말 정말 어렵네요.-_-;; 그래도 지금 굽고 있는 고기의 품질이 궁금했던 한 친구가 포장 비닐에 붙어있는 등급을 슬쩍 확인해봅니다, 2등급이라 하네요 ㅎㅎ.... 그래요 저희 입은 저렴하니까...

 

 

밑반찬을 비롯해 직접 재배한 친환경 채소까지, 친구 녀석이 제법 푸짐한 한 상을 준비했더군요. 다행히도 농담 삼아 던진 융숭한 대접엔 일정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듯했구요. 대충 굽기를 마친 저희들은 본격 음식 흡입에 나섰습니다. 이런 자리가 몇 년만인 걸까요? 한 번 헤아려보았습니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대략 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군요. 함께 1박을 하며 우정을 다졌던... 20년만에 다시 모여 1박을 함께하는 친구들,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덕분에 평소의 주량보다 많은 양의 술이 사라져야 했구요. 늦은 시각까지 만찬은 계속되었습니다.

 

 

아침, 눈을 뜨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에선 강한 술 냄새가... 아, 아직 술이 덜 깬 거군요. ㅡ.,ㅡ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반, 일단 일어났습니다. 어젯밤 늦게 내비에만 의존해 도착한 지라 부근의 모습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거든요. 어떤 곳인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침 안개가 가득하군요. 술 기운 탓에 친구들의 심한 코고는 소리도 자장가로 들려왔네요. 문을 사방으로 열어놓아 더운 줄도 몰랐구요. 펜션 건물의 일부가 황토로 지어져 더욱 시원했던 것일 수도 있구요. 친구들을 모두 깨웠습니다.

 

 

펜션 뒤로는 울창한 숲이 드리워져 있었어요. 저 앞 쪽으론 개울이 흐르고 있다 하더군요. 아침 식사 후 그 곳에서의 물놀이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펜션 건물의 노란 외벽이 아마도 황토를 상징하는 듯...

 

 

직장 내지 사회 생활에 단련된 탓인지 친구들이 일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함께 나와 주변 탐방을 해봅니다.

 

 

주변이 이쁘게 잘 꾸며져 있더군요. 그런데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날파리들이 계속 저희 몸 주변을 떠나지 않고 귓가에서 앵앵거리며 괴롭힙니다. 좋은 자연 환경 덕분인지 말벌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정원엔 이름 모를 야생 꽃들과 옥수수 등도 심어져 있었구요.

 

 

저희들이 묵은 1층의 거실 모습입니다.

 

 

황토방을 표방한 이유 때문인지 창문도 한옥처럼.... 밖에 보이는 포도나무와 함께 제법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더군요.

 

 

풍성하진 않지만 포도나무엔 포도 열매가 송글송글 맺혀있구요.

 

 

그러고 보니 문도 한옥의 그 것처럼 만들어져있네요.

 

 

주변으로는 많은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다들 숙취가 있던 지라 아침식사는 올갱이 해장국으로 결정했습니다. 부근의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지요. 그런데 차를 몰고 도착한 해장국집은 굳게 문이 닫혀있어 다른 메뉴로 급선회해야 했어요. 대안으로 부근의 민물 매운탕집으로 결정하고, 그리로 이동했습니다. 된장찌개와 매운탕을 주문하였고, 반주로는 복분자주를 한 잔씩 곁들였습니다. 된장찌개는 서울에서 맛보던 것과는 다른 맛이었습니다. 강된장이라 하던가요? 색이 좀 더 진하고 텁텁한 맛의...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된장찌개 맛에 익숙해져있던 지라 텁텁한 맛은 별로더군요. 민물 매운탕은 역시 듣던대로 일품이었습니다. 비릿한 느낌이나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얼큰함에 어제 먹은 술기운을 조금은 씻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다시 돌아온 저흰 냉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바로 물놀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간만에 그물과 어항을 이용한 물고기 잡이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바구니 한 가득 먹거리와 맥주, 음료수 등도 준비하고.... 마치 소풍가는 느낌이라 할까요..

 

 

앞 개울의 모습입니다. 물이 그리 깊지 않고 깨끗하더군요.

 

 

저 위쪽으로 올라가면 본류인 병지방계곡이 나오는데, 이 물은 그 곳에서 갈라진 지류라 하더군요.

 

 

우선 떡밥을 개어 어항에 넣고, 물고기가 자주 출몰하는 적당한 곳을 골라 어항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곤 그물을 들고 본격 물고기 사냥에 나섭니다. 물고기가 많이 보이긴 하는데, 절대 저희에게 잡혀주진 않더군요. ㅡ.,ㅡ 물론 여러 시간동안 담가놓은 어항에도 송사리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물고기 잡이는 접어두고 싸 가져온 음식을 섭취하기로 하였습니다. 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개울 한가운데에 빙 둘러앉아 마시는 맥주 한 잔, 캬~ 꿀맛이군요. 물 속에 있으니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서로에게 물세례를 퍼붓는 건 기본이구요. 납작한 자갈을 골라 물 위로 몇 번 튕겨올라오게 하는지 내기도 해봅니다. 빈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개울 한 가운데 세워놓고 돌을 던져 쓰러뜨리는 시합, 아쉽게도 이번 여행을 제안한 녀석이 이겼습니다. 만 원씩 뜯겼어요. ㅠㅠ

 

 

네 녀석이 포즈를 취해보았습니다. 참고로 맨 왼쪽이 저일지도 몰라요. ㅋ

 

 

해가 쨍쨍하지 않아 그나마 덜 더웠구요. 불어오는 바람은 물가에 심어진 나무들마저 시원스레 춤추게 하는군요. 부끄럽지만 결국 물고기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답니다. 아무래도 물고기의 두뇌가 저희들의 그 것보다 나은 듯.... -_-;; 아무런 성과 없이 치기 어린 물장난만 하다 지친 저흰 결국 자리를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부근에 유명한 송어 횟집이 있다 하는군요. 그 곳으로...

 

 

횟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리 민물 횟집이라 해도 이렇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해보았네요. 차로 한참을 올라왔어요. 어답산 산행길 중간에 위치해 있는 듯합니다. 저 뒤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능선들의 모습이 이채롭군요.

 

 

예전 평창에서 먹었던 송어회는 느끼함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 곳의 송어는 마치 바닷고기 같더군요. 담백한 맛이라 다 비울 때까지 느끼함은 느낄 수 없었답니다. 즐거운 수다와 함께하여 더욱 맛있었던 듯... 회 한 접시에 술 한 잔의 공식, 깨질 순 없었겠죠? 저흰 그래서 소주를 분음...

 

 

회를 비우니 식당 주인장께서 어죽을 끓여내오셨습니다. 이 죽은 싱거운 맛 때문이었는지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술기운에 지친 몸을 달래기엔 꽤 괜찮은 음식이었습니다.

 

 

횟집 아래로 보이는 풍광, 횡성의 능선들은 대체로 동글동글한 인상이군요. 횟집을 나와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매우 혼잡할 것으로 예상, 저흰 아예 늦게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술로 인해 몸에선 얼큰함을 격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황태 콩나물 라면으로 결정하였네요.

 

 

하루 종일 이 것 저 것 먹느라 사실 배가 특별히 고프진 않았습니다. 다만 저녁식사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기에 선택한 메뉴입니다. 얼큰함에 취해 우린 아무 말 없이 입에 넣기 바쁩니다. 아 배가 무지 부르군요. 꺼억~

 

이번 여행을 마무리짓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친구의 안전 운전과 혼잡을 피한 시간, 그리고 훌륭한 내비의 안내 덕분에 2시간만에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0년만의 친구들끼리의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각자의 속내와 마음에 두고 있던 힘든 일들, 그리고 서로간의 우정 확인을 통해 더욱 값진 추억이 될 둣합니다.

 

솔직히 집사람에겐 미안하더군요. 집에서 이 더위와 홀로 싸우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길, 마트에 들러 맥주 두 캔을 삽니다. 다른 한 손엔 횡성 옥수수 한 망을 들고...

 

 

횡성 옥수수, 오늘 집사람이 삶아주었는데 역시 이름값 하는군요. 매우 싱싱하고 맛있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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