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한없이 소심한 미르

새 날 2012. 7.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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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밤사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새벽 4시 쯤 되었지 싶네요, 갑자기 미르의 짖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평소 잘 짖지 않는 성향이라 무언가 사건이 발생했음을 직감했어요. 미르는 덩치에 비례한, 우렁차고 멋진 커다란 울림 소리로 연신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멋지고 구성진 소리라 하더라도 꼭두 새벽에 이게 웬 민폐입니까?

 

우선 창문을 통해 미르 쪽을 바라다 보았지요. 미르 앞에 무언가 있는 듯합니다. 미르를 진정시키기 위해 불러도 보고 소리도 쳐 보았지만, 미르는 온 신경이 그 쪽으로만 쏠려 있는 듯했어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요. 아직 빗줄기는 굵고 쉼이 없었어요.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게 맞긴 한가 봅니다.

 

미르에게 다가가 보았어요. 미르 앞에는 조그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웅크리고 있더군요. 미르가 짖어댈 때마다 고양이도 특유의 소리로 가르륵 거리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어요. 가만히 두어선 안될 상황임을 알았지요. 일단 미르를 잡아채어 줄에 묶고, 간식을 제공하면서 흥분된 몸과 마음이 진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겁을 먹어 그런지 꼼짝도 하지 않고 처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어요. 주변에선 어미 고양이로 추정되는 다른 고양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구요. 미르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고양이를 쫓아보내야 했습니다. 손전등을 자신에게 비춰도 새끼 고양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있길래 결국 막대를 이용해 쫓아보냈네요.

 

어지간해선 짖지 않는 미르도 아주 가끔 짖을 때가 있지요. 언젠가 낮에 마구 짖고 있길래 나가 보니 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보고 짖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_-;;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한없이 소심한 미르 때문에 아주 가끔은 실소를.... ㅎ

 

그나 저나 설쳐버린 잠, 덕분에 아침부터 비몽사몽이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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