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사립초등학교. 4학년 3반 담임으로 부임해 온 김영남(엄태웅) 교사. 배금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올바른 교육을 몸소 실천하며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해 그는 홀로 고군분투한다.
서울 하고도 강남 한복판, 강남 하고도 사립이라 그런 걸까. 이 학교는 분위기가 살벌함 그 자체다. 학생들의 주거 형태에 따라 형성된 파벌. 이른바 '민영'과 '임대' 두 개의 진영이다. 민영은 민영끼리, 그리고 임대는 임대끼리 함께 어울려 다니며 상대방을 열심히 배척한다.

학교로 향하는 지름길은 펜스로 가로 막혀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이곳을 놔두고 매번 빙 돌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는다. 이 펜스는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민영 아파트 소유의 땅을 밟고 지나다니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설치한 입주민들의 작품. 심지어 이 펜스를 넘어 학교로 들어가려는 임대 진영의 학생을 같은 학급의 민영 진영의 학생이 경비에게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지곤 한다. 서로를 향한 증오와 적대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
학생들은 교실 중앙을 기점으로 좌측과 우측으로 구분하여 사용 중이며, 상대가 반대 진영으로 넘어오지 못 하도록 서로를 철저히 견제한다. 학교 구성원들은 교실의 이 중앙 통로를 한강이라 칭하며, 민영 진영을 강남, 그리고 임대 진영을 강북이라 부른다. 상대를 향한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의 입에서 이렇듯 험한 발언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올 수 있다는 현실은 너무 개탄스럽다.

학교 운영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4학년 3반 창일 엄마(윤현숙). 의사 남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등에 업은 그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사실상 학교의 운영을 쥐락펴락한다. 창일의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에 방해 되는 요소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 한다. 그러니 전인교육과 인성을 앞세운 영남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영남의 교육 방식이 못마땅했던 그녀는 사사건건 그와 충돌한다. 급기야 교장(전수경)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영남은 강남 학원가 출신이다. 그것도 일타강사. 하지만 돈과 출세만 쫓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그는 진짜 선생님이 되고자 기간제 교사를 자임한다. 지금의 학교로 오게 된 건 교장과의 오랜 친분 관계 덕분. 학교는 학교대로 일타강사라는 그의 화려한 경력을 학교 운영에 접목시켜 보려는 이해관계가 서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영남은 학교의 운영 방침과는 정반대의 길로 향한다.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넓혀 정서적으로 보살피고, 모든 아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내편 네편이라는 편 가르기와 혐오보다는 배려와 포용의 가르침을 설파해 나간다. 영남의 신선한 시도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며, 그가 내준 마지막 숙제를 아이들은 잘 이행할 수 있을까.

숨이 턱 막혀 온다. 이게 과연 초등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지. 언론을 통해 접한 편 가르기와 급 나누기 따위의 행태들이 교실 안에서 공공연하게 답습되고 있으니 말이다.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 표현은 이미 어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하와 조롱, 그리고 혐오는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 상대를 짓눌러야 자신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아주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된 행태다.
극 중 학부모들의 대화는 혐오 일색. 교사들은 사명감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급을 나누고 편을 가른 건 결국 이러한 어른들로부터 비롯된 것. 돈의 가치를 가장 앞세우고 무슨 수를 쓰든 오직 나만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속물적 가치관을 지닌 아이들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을 조금 과하게 연출했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뻔한 소재에 밋밋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근래에 매우 보기 드문 착한 콘텐츠다.

감독 이정철
* 이미지 출처 : (주)이놀미디어
'간접 경험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희망과 절망 사이..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0) | 2026.01.02 |
|---|---|
|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영화 <허들> (1) | 2025.12.26 |
| 익숙하기에 오히려 오싹한.. 영화 <홈캠> (1) | 2025.12.24 |
|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 영화 <대홍수> (2) | 2025.12.22 |
|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영화 <이름에게> (1) |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