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익숙하기에 오히려 오싹한.. 영화 <홈캠>

새 날 2025. 12.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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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라고 해 봐야 본인과 딸 지우(윤별하), 이렇게 두 사람이 전부인 성희(윤세아) 가정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겼다. 이사를 온 것이다. 낯선 환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는 고된 노동에도 마냥 즐겁다. 이제 성희가 직장에 있을 때 집안 일을 좀 거들어 주고, 지우를 돌봐 줄 가사도우미만 채용하면 될 것 같다. 고심 끝에 베트남 출신의 황수진(리마 탄비)이 낙점된다. 외부인을 절대로 집에 들여선 안 된다는 단서 조건과 함께.

 

여자 둘만 사는 집이라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이는 상황. 그래서 장만한 게 바로 홈캠. 집안 곳곳에 이를 설치한 성희는 이제야 한시름 놓는다. 회사에서도 집안 상황을 실시간으로 훤히 들여다 보며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휴대폰으로 집안 곳곳을 살피던 성희. 지우와 가사도우미만 있어야 할 집안에 웬 낯선 여자가 있다. 하지만 지우와 가사도우미 두 사람은 그 시각에 자신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영화 <홈캠>은 새롭게 이사 온 집에 홈캠을 설치하면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과 그에 얽힌 섬뜩한 이야기를 다루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보험회사 조사관으로 근무 중인 성희에게 최근 고은주(정지수) 사건이 배당된다. 정황상 단순 자살로 보이지만, 보험 계약자의 어머니가 개입하면서 일 처리가 순탄치 않게 흘러갈 전망이다. 더구나 고은주가 숨지기 직전 스스로 촬영한 영상에는 기이한 주문을 읊는 등 이상 행동이 다수 삽입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은주는 자살이 아닌 사탄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라는 어머니의 일관된 주장은 과연 허무맹랑한 것일까.

 

 

성희가 이사 온 날 집 주변을 기웃거리던 수상한 남성(권혁). 알고 보니 성희네 아랫집에 거주 중이었다. 이웃인 셈이다. 여자 둘만 살다 보니 신원이 확실치 않은 사람, 특별히 남성이라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러내 온 그녀다. 그런데 이 남성이 성희의 눈 앞에 또 나타났다. 도대체 이 이웃집 남성의 정체는 무얼까. 더불어 왜 자꾸만 성희의 눈에 띄는 걸까.

 

홈캠을 통해 드러난 가사도우미 황수진의 행동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 지우가 이런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몹시 찜찜하고 거북하다. 생명체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 휴대폰으로 즉시 전송해 주는 홈캠. 이 시스템은 과연 집 주인의 마음을 안심시킬까. 적어도 성희는 그렇지 못 하다. 의문의 여성 등장으로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잦다. 도대체 이 여성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직장 내에 파다하게 퍼진 불륜 소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희. 불륜녀로 입방아에 오른 여직원에게 기어이 한 마디 보탠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전 남편이자 지우 아빠의 불륜 때문이다. 성희의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아물 줄을 모른다. 아니 되레 커져가는 느낌이다. 전 남편의 법적 권리인 자녀 면접교섭권 행사마저 원천봉쇄한 상황. 남편의 애걸복걸에도 눈 하나 꿈쩍 않는 그녀다. 낯선 지역으로의 이사도 전 남편을 의식한 결과물. 

 

가사도우미들이 잇따라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온전치 못 한 성희의 정신 상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컬트 세계관으로 치환되고, 한국 전통 무속신앙이 차용돼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남편의 불륜은 성희에겐 씻을 수 없는 상흔. 애착 관계의 손상에서 비롯된 이 배신감은 자기만의 세계에 그녀 스스로를 가둔 채 영혼을 좀먹게 한다. 때문에 어쩌면 진짜로 공포스러운 건 사탄이 아닌 치유 받지 못 한 인간의 감정 아닐는지.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평소라면 아무 느낌 없어야 하는 이 메시지가 극 중 성희가 마주하던 상황과 같이 간혹 소름끼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생각만으로도 오싹해지는 순간이다. 영화 <홈캠>은 인간의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던 도구에 이렇듯 공포를 덧씌우면 익숙하던 사물이기에 오히려 섬찟하다. 어디서 본 듯한 연출 장면이 간혹 눈에 띄지만, 스릴러로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공포 영화의 문법을 착실히 따라간 흔적이 곳곳에서 읽힌다. 

 

 

감독  오세호

 

*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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