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풀지 말라 '마담 싸이코'

새 날 2019. 9. 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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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던 프랜시스(클레이 모레츠). 빈 좌석에 놓인 가방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누군가가 실수로 놓고 내렸음이 틀림없다.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가방을 갖고 전철에서 내린 프랜시스. 가방 안을 꼼꼼히 살펴보니 거기에는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명함 한 장이 놓여있다. 


프랜시스는 명함을 통해 분실된 가방 주인의 소재지를 확인하고, 수소문 끝에 직접 주인의 집을 방문한다. 가방은 그레타(이자벨 위페르)라 불리는 중년 여성의 것이었다. 친절한 그녀의 태도에 프랜시스는 스르르 마음의 빗장이 풀린다. 최근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그레타에게서 위안 받으며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타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고 다시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된 프랜시스, 그레타의 가방 분실이 자신과 같은 젊은 여성들의 접근을 노린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깨닫게 되는데... 

 


누군가에게 무심코 베푼 친절과 배려가 되레 공포로 둔갑하게 되는 영화 <마담 싸이코>는 한 여성이 전철에서 분실한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준 뒤 겪게 되는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그레타의 속내를 뒤늦게 알아차린 프랜시스는 그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애를 썼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레타의 접근은 더욱 집요해지고 있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프랜시스를 만나기 위해 집은 물론이며, 직장까지 쫓아다닐 정도였다. 심지어 프랜시스의 절친이자 룸메이트인 에리카(마이카 먼로)의 뒤를 밞으며 프랜시스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도를 넘어선 그레타의 집착은 외로움과 결핍 그리고 상실감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비롯된 경향이 크다. 이러한 속사정을 모른 채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프랜시스는 그녀에겐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그레타는 프랜시스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약점을 교묘히 파고든다. 그레타의 행동은 집착을 넘어 사이코의 영역으로 근접해가는 모양새였다. 프랜시스는 이러한 그레타의 집착과 광기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평범한 중년 여성에서 사이코로서의 본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 그레타의 일거수일투족은 기괴하고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무슨 일을 벌일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끼를 던져놓고 이를 덥석 문 새로운 먹잇감이 자신의 집으로 자진해서 찾아들어올 때마다 그녀가 반복적으로 벌이는 행위는 일종의 의식에 가까웠는데, 이는 섬뜩함 그 자체였다. 



뉴욕 전철에는 우리나라의 전철과 같은 분실물 관리 시스템이 없는 걸까? 프랜시스를 비롯하여 그동안 그레타에 의해 희생되어야 했던 많은 여성들은 왜 굳이 주운 가방을 분실물 관리소에 맡기지 않고 가방 주인을 직접 수소문하여 돌려주려 했던 것일까? 친절도 좋지만 번거로운 일인 데다 낯선 이에게 이토록 무모하게 접근하는 건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행위 아닐까? 


그에 따르는 대가는 혹독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웃에게 무심코 베풀었던 친절이 집착에 이어 폭력으로 돌변했으니 말이다. 아무런 의심 없이 베푼 선의를 악의로 되받아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그 속내를 전혀 알 길이 없다면, 어쩌면 사람이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극명히 보여준다.



감독  닐 조단


* 이미지 출처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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