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꿈과 현실 사이의 방황 '라이프'

새 날 2019. 9. 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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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사진 잡지 ‘라이프’에 사진을 기고해온 프리랜서 사진 작가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 그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관련 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하였으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기껏해야 레드카펫 위의 스타 화보를 촬영하거나 스타의 가십거리를 좇으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스스로 환멸을 느끼게 된다.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제임스 딘(데인 드한). 그는 어느 누구보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으나, 인기스타로 살아가야 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참견하려 들던 소속사 대표 워너(벤 킹슬리)의 강압적인 관리 방식은 그를 갈수록 지치게 하는 일등공신이었다.

데니스 스톡이 제임스 딘을 만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게 된 건 이를테면 우연이 엮어낸 필연이었다. 데니스 스톡은 아직 스타덤에 오르기 전, 그러니까 풋내기 배우에 불과한 제임스 딘으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다. 20대 초반에 불과한 이 청년으로부터는 밝은 이미지보다는 우울감이나 반항, 방황 등의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이러한 측면이 데니스 스톡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의 화보를 찍어 스토리를 덧붙이면 멋진 에세이 한 편이 탄생하리라는 확신이 섰다. 이를 통해 그는 스타들의 가십거리나 좇는 얼치기 작가가 아닌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제임스 딘에게는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 되고, 이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인기스타로 거듭나게 되리라는 치밀한 계산이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촬영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촬영은 시작부터 난항을 거듭한다. 제임스 딘의 협조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제임스 딘의 뒤를 쫓기를 수차례, 이젠 지칠 법도 했으나 데니스 스톡의 예술혼은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성급해진 라이프지의 본사에서도 제임스 딘의 사진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내부 분위기는 몹시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데니스 스톡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제임스 딘을 포기하고 일본에서의 새로운 일감을 던져준 상사의 새로운 제안을 따르려던 순간, 신작 캐스팅 발표를 기다리던 제임스 딘이 소속사의 방침을 어기고 과감히 고향인 인디애나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데니스 스톡, 그는 운명처럼 이 길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 <라이프>는 ‘비 오는 타임스퀘어를 배경으로 걷고 있는 제임스 딘’ 등 ‘라이프’ 잡지에 실린 뒤 반세기가 넘도록 대중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제임스 딘의 사진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생계와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던 사진 작가, 그리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던 한 젊은 배우의 운명적인 만남으로부터 시작해, 역작이 탄생하기까지의 순탄치 않았던 전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라이프지에 실렸던 제임스 딘의 사진은 반세기가 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지만, 제임스 딘은 이 사진을 찍고 새로운 영화를 촬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4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그의 짧았던 인생은 불안과 우울로 점철돼있었고, 이 작품을 통해서도 그러한 면모가 잘 드러난다.



아울러 무수한 보도사진을 통해 세계 잡지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라이프’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 2007년 4월, 71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제 사진의 주인공도, 그 사진을 담았던 잡지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데니스 스톡이 예술혼을 불살라 찍은 사진은 여전히 남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아스라한 흔적들은 이 영화 <라이프>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게 됐다.



감독  안톤 코르빈  


* 이미지 출처 : (주)프레인글로벌, (주)영화사 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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