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김래원을 위한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새 날 2019. 9. 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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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반대 시위 현장에서 용역들을 이끌고 철거를 진두지휘하던 거대 조직의 보스 세출(김래원). 철거민들의 완강한 반대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그와 조직원들은 완력을 행사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변호사 소현(원진아)과 마주하게 된 건 바로 이즈음이다. 그녀는 철거민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돕고 있는 일종의 수호천사였다. 그런데 강단 있는 그녀의 몇 마디가 신기하게도 세출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용역들을 모두 철수시킨다. 혹시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 아닐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이 되라던 그녀의 말 한 마디가 세출을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뒤바꿔놓게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세출. 한때 자신처럼 건달이었으나 개과천선하여 청와대에까지 입성한 입지전적인 인물 황보윤(최무성)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은 뒤,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목포의 유명 건달이었던 세출이 변호사 소현의 영향력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목포 영웅이 된 뒤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누적 조회수 1억 뷰, 누적 구독자 200만 명을 기록한 웹툰 <롱리브더킹>이 이 작품의 원작이며, 원작자가 영화의 각본에도 직접 참여했다.

황보윤은 목포 지역 재야 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항상 낮은 자세와 겸손한 태도로 임해온 덕분에 그는 목포 시민들에게는 늘 귀감이 되어온 인물이다. 그가 야권의 국회의원 후보로 급부상하는 건 일종의 수순 밟기였다. 세출은 총선 승리를 위해 그의 밑에서 묵묵히 일을 도우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작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출이 탄 시내버스가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목포대교 위에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세출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운전기사를 구조하면서 일약 목포 영웅으로 떠오른다. 때마침 황보윤이 테러를 당하는 바람에 국회의원 후보직을 세출에게 양보하게 되는데. 세출은 건달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이른바 좋은 사람인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게 될까?



세출 배역을 김래원이 맡았던 건 신의 한 수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전라도 사투리와 거친 입답은 그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었으며, 다듬어지지 않은 행동거지는 김래원 그가 아니면 적임자가 없었을 듯싶다. 김래원이라는 배우를 진정 김래원답게 빚어내어 빛을 발한 영화이며, 그 덕분에 작품에 생명력까지 붙었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김래원이 아니었을 경우 그다지 볼 게 없는 작품이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한 마디로 김래원에 의한, 김래원을 위한, 김래원의 영화라는 의미다.



영화는 세출이 국회의원 후보가 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야기가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느낌이었는데, 후반부로 접어든 뒤, 그러니까 광춘(진선규)과 조직원들이 사건에 개입하고 세출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면서 흔한 조폭 영화의 느낌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승전‘조폭’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씁쓸할 따름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그 이면으로는 오로지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고 심지어 불법적인 행위도 마다않는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정치인들이 전형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늘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 속 장면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게 되는 것도 사실은 현실 속 정치인들이 영화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는지. 

아무튼 비록 허구이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건달이 양아치보다 못한 제도권의 정치인과 속 시원하게 맞붙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현실에서 결코 누려보지 못하는 짜릿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래원의 개인기를 빼면 그다지 볼 게 없지만, 그나마 이 영화가 갖는 유일한 묘미 아닐는지.



감독  강윤성 


* 이미지 출처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콘텐츠난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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