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색다른 공포 영화 '변신'

새 날 2019. 8. 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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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이사를 온 강구(성동일)네 가족은 첫날부터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무언가 기분 나쁜 소리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강구는 가뜩이나 주차 문제로 예민해져있는 상황, 이를 핑계로 이웃집으로 찾아가 항의해보지만, 음산함에 짓눌려있는 집 안팎의 분위기와 그저 말없이 쓴 웃음만 짓는 집 주인 때문에 도리어 기분만 나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강구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나 해코지를 하는 바람에 큰 딸 선우(김혜준)와 작은 딸 현주(조이현)가 혼비백산하게 된다. 이후 악마는 엄마(장영남)의 모습이 되기도 했다가 다시 두 딸이나 아들의 모습으로도 변신하는 등 신출귀몰한 행태를 드러내며 이들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영화 <변신>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갖춘 악마가 한 가정에 숨어든 뒤 벌이는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구네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 건 얼마 전 벌어진 한 사건 때문이었다. 강구의 동생 종수(배성우)는 이른바 구마사제로서 사람에게 씌워진 악마를 내쫓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날도 종수는 악마를 쫓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구마 의식을 치르던 도중 그 대상자인 소녀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강구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종수는 이 사건으로 집을 나가게 됐으며, 더불어 강구네 가족도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이웃의 따가운 눈총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수에 의해 쫓겨난 악마가 강구네 가정으로 몰래 숨어들어오게 배경은 아마도 이로부터 비롯된 인연 때문이리라. 우여곡절 끝에 악마와 함께 지내게 된 강구네 가족. 이들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낡은 주택,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야심한 밤 시간대, 날카로운 청각세포의 자극은 공포물이라면 으레 등장하는, 일종의 클리셰 같은 존재들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대부분 차용됐다. 아울러 비록 악마나 괴물의 형상은 아니더라도 ‘갑툭튀’ 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는 등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들도 곳곳에 배치돼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가족들 가운데 누군가가 인간의 형상과 똑같은 형태로 변신하여 그들 사이로 스며든 뒤 아닌 척 행동하는 요망스러운 상황이 가장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괴기스럽고 흉악한 형태의 괴물이나 악마보다는 비록 같은 사람이고 가족이지만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사실은 가장 섬뜩하다.



예측 불허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가족들의 혼란도 어느덧 정점에 다다른다. 악마의 존재를 알리려는 의도로 활용됐겠으나 까마귀 떼의 출몰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옥에 티로 받아들여지고, 첫 신에 해당하는 구마 의식이나 악마의 형태도 리얼함이라는 잣대로 놓고 볼 때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좀 더 세심한 연출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악마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신하여 가족 무리로 스며든다는 독특한 설정과 그러한 상황이 자아내는 공포감은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 결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소 짜릿한 공포감을 즐기는 분들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기대감을 낮추고 관람한다면 비교적 만족할 만한 작품으로 판단된다.



감독  김홍선  


* 이미지 출처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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