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착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새 날 2019. 8. 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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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로 소문난 대복칼국수집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철수(차승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중년의 남성이다. 어느 날 그에게 느닷없이 딸 샛별(엄채영)이 나타난다. 장모(김혜옥)와 함께였다. 급작스런 딸의 등장은 철수에게도 당황스러운 노릇이었지만, 황당하게 다가오는 건 샛별도 매한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샛별의 입에서 ‘아빠’라는 말이 쉽게 떨어질 리 만무했다. 철수는 샛별에 의해 ‘아저씨’로 불렸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샛별은 병원에 장기 입원하여 골수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샛별은 꾀를 내어 병원을 몰래 탈출, 대구행 버스에 올라탄다. 철수는 영문도 모른 채 엉겁결에 그녀와 일행이 되어 대구로 함께 가게 된다. 한편 샛별의 행방을 쫓던 장모와 철수를 애타게 찾던 철수 동생(박해준)은 철수와 샛별이 대구로 향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직접 차를 몰고 대구로 향하는데...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사고로 지적 장애인이 된 한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딸과 함께 대구로 내려간 뒤 그곳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지난 2016년 10월에 개봉하여 약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샛별이 대구로 내려간 건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있는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전달해주기 위한 갸륵한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 도착한 샛별과 철수. 샛별의 친구가 그토록 갖길 원하는 이승엽 선수의 사인볼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보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좀처럼 구할 수가 없다.



샛별과 철수가 사인볼을 찾고 있는 사이, 이들의 행방을 쫓는 장모와 철수 동생의 추격전은 계속된다. 여기에 철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체육관 관장(안길강)이 조직원을 풀어 이들의 추격에 합류시키면서 추격전은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샛별과 철수는 이승엽 선수의 사인볼을 구해 샛별 친구에게 무사히 전달할 수 있을까? 아울러 샛별과 철수에 대한 추격전은 과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차승원이 처음으로 도전한 지적 장애인 연기는 대체로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에게 얽힌 사연과 함께 불편한 몸짓들이 일일이 아픔과 시련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객들은 눈물을 쏙 빼게 된다.

평소 악역 배역을 많이 맡았던 배우 박해준. 이번에는 철수의 동생 역을 맡아 찌질이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준다. 이채로웠다. 그의 배우자 배역을 맡은 전혜빈. 비록 짧은 분량이었으나 짧고 굵은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럭키>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 역할 수행을 위해 삭발 연기 투혼을 선보인 샛별 역의 아역 배우 엄채영.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지적 장애를 앓는 아빠 역의 차승원과 함께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 환상의 케미다. 특히 철수를 향해 줄곧 아저씨라고 부르던 샛별이 어느 순간부터 아빠라는 호칭으로 바꾸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바로 이때가 코믹에서 감동으로의 변주를 시도하는 지점이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웃다가 어느 순간부터 코끝이 찡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하여 곧바로 자리를 뜨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된다. 쿠키 영상 한 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소재가 전혀 없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착한 영화다.



감독  이계벽 


* 이미지 출처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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