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미스터리 영화 '비뚤어진 집'

새 날 2019. 9. 20. 11:34
반응형

어느 날 급작스럽게 사망한 대부호 레오니디스. 그의 손녀 소피아(스테파니 마티니)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타살임을 직감한다. 그녀는 살인자와 함께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면서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경악스러워하며, 사설탐정인 찰스(맥스 아이언스)에게 해당 사건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사건 조사차 레오니디스의 저택을 방문하게 되는 찰스. 이곳에서 레오니디스가의 가족 구성원들을 일일이 접촉, 그들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와 기타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사실들을 하나둘 캐기 시작하는데...


영화 <비뚤어진 집>은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 대부호가 자신의 저택에서 피살된 뒤 사설탐정이 투입되어 사건 해결 및 범인 색출에 나서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저택의 분위기는 묘했다. 주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들에게선 슬퍼하는 기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젊은 미망인 브렌다(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모든 가족의 눈엣가시인 인물이다. 덕분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어느 누가 보아도 그녀와 특별한 관계일 것으로 짐작되는 가정교사 브라운(존 헤퍼난)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소피아의 이모 이디스(글렌 클로즈)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친절하면서도 부드러운 인품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나, 그녀 역시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듯 묘한 분위기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저택의 웅장한 규모에 걸맞게 품격을 갖춘 듯싶다가도 문득 탐욕을 드러내곤 하는데, 이로부터는 정체 모를 광기가 엿보인다. 피를 나눈 구성원임에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대목에서는 이들 사이가 무언가에 의해 심하게 뒤틀려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불륜을 의심하거나 남겨진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 등 서로를 질시하고 반목을 일삼는다.



<비뚤어진 집>이라는 제목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이리 뒤틀리고 저리 비틀어진 다양한 인물들의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 양상은 관객들을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가족 모두가 나름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까닭에 레오니디스를 살해한 범인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될 수 있고, 그와는 반대로 어느 누구도 범인이 아닐 수도 있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 찰스가 이들에게 접촉을 시도하면서 사건 실마리를 하나둘 모색해보는 중이지만, 그가 사건 해결에 능숙하지 못한 신출내기이고, 가족들뿐 아니라 그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의뭉스러움으로 가득 들어찬 탓에 레오니디스가의 살인 사건은 갈수록 꼬여가기만 한다.



이런 가운데 레오니디스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레오니디스가의 살인 사건은 이제 뜻밖의 반전과 함께 심하게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갈수록 복잡하게 얽혀간다. 이들 가족은 과연 어떻게 될까? 범인은 특정될 수 있을까?


원작인 동명의 소설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자신이 쓴 작품들 가운데 선정한 베스트 10에 해당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그만큼 탄탄한 서사와 섬세한 묘사가 단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영화 역시 원작의 결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이다. 추리 소설 한 편을 읽어 내려가듯 영화 상영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특히 영화 <더 와이프>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회에 걸쳐 노미네이트된 글렌 클로즈 등 연기파 명품 배우들이 펼치는 노련하면서도 탄탄한 연기 대결은 단언컨대 이 영화의 압권이라 칭할 만한 대목이다.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 이미지 출처 : (주)팝엔터테인먼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