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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의 마약 운반원, 그가 보여주는 가족애 '라스트 미션'

새 날 2019. 6.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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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재배 농장을 운영해 온 얼(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사업 실패로 농장을 압류 당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왕래마저도 끊긴 상황이다. 이후 얼은 손녀 지니(타이사 파미가)의 약혼 파티에 참석해 보지만 가족들로부터 환대를 받지 못한다. 그를 환영해주는 유일한 사람은 무언가 꺼림칙한 제안을 해 오는 한 남자뿐이었다.

 

물건을 싣고 운전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라는 그의 달콤한 제안이 얼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으나 속는 셈 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여 받은 수고비는 꽤 두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지정된 곳으로 안전하게 운반해야 했던 물건은 다름 아닌 마약이었다. 얼은 이렇게 하여 번 돈을 손녀의 결혼식 비용에 보탠다. 이후 그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마약 운반 임무에 뛰어든다.

 

 

87세의 마약 운반원.. 그가 보여주는 가족애

 

영화 <라스트 미션>은 80대 마약 운반원에 관한 이야기다.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과의 왕래도 거의 끊기다시피 한 남성이 우연한 기회에 마약 운반에 뛰어든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90세의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 배우로 제작에 참여했다.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80대 마약 운반원의 실화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크린 위에 옮긴 것이다.

 


영화는 처음에는 어떤 물건인지 모르고 운반에 참여했던 얼이 뒤늦게 마약 운반임을 깨닫게 된 뒤에도 정작 돈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임무에 뛰어드는 과정을 한 축으로, 마약 운반 조직의 일망타진에 나선 특수요원 베이츠(브래들리 쿠퍼)가 조직원들의 뒤를 쫓으며 수사망을 점점 좁혀오는 과정을 또 다른 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꽃 재배 경연대회에서 수상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한턱을 내느라 정작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얼. 그는 가족들에게는 일밖에 모르는 몹쓸 가장이었다. 어렵게 참석한 손녀의 약혼식조차 가족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한 얼이 마약 조직원에 의해 눈에 띄고 그로부터 환대를 받게 된 건, 그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그 흔한 속도위반조차 한 번 한 적 없는 베테랑 운전 실력을 공공연하게 내세운 덕분이다.

 

 

연식이 오래되어 덜덜거리는 낡은 포드 트럭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백발 성성한 87세의 노인이 설마 마약을 운반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허점. 바로 이러한 사실이 마약 조직원들이 얼을 마약 운반의 최적임자로 꼽고 있는 이유였다. 마약 단속에 불을 켠 당국의 눈을 피하는 데에도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얼은 자신의 트럭 짐칸에 실린 묵직한 물건이 마약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태도로 그저 이를 운반하는 임무에만 집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짐칸에 실리는 짐의 무게는 그에 비례해 묵직해져 갔으며, 그의 주머니 역시 덩달아 두둑해지고 있었다. 얼은 무엇보다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었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마약 운반 조직을 향한 특수 요원들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 들어오는 긴박한 상황. 얼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과연 그가 바라는 것처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30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90세에 해당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사실상 그의 출연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극 중 그가 인터넷에 몰두하며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요즘 세대들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거나 때로는 그 스스로 세대 차이를 드러내곤 하지만, 결국 그는 세대 간의 갈등 극복을 위해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얼이 맡은 임무는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로 하여금 단시간 내에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얼 스스로를 임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던 건 뒤틀린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시키기 위함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다음과 같이 하소연한다. ”모든 걸 구할 수 있어도 시간만큼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가 행한 임무가 비록 불법적이었든 그렇지 않든 상실됐던 경제력을 회복시켜주고 덕분에 자칫 잃어버릴 뻔한 젊은 시절의 추억도 살릴 수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만큼은 결코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90세의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내공 깃든 깊은 연기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게 무언지 절실히 깨닫게 한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이미지 출처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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