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액션과 코믹 모두 잡은 연출 '나를 차버린 스파이'

새 날 2019. 6.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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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가 되던 생일날, 남자 친구인 드류(저스틴 서룩스)로부터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은 오드리(밀라 쿠니스). 낯선 이들에게 추격을 당하던 드류의 정체는 알고 보니 CIA요원. 급작스레 오드리에게 찾아 온 그는 의문의 물건을 오스트리아의 특정 인물에게 전달해야 하는 미완의 임무를 남기고 누군가의 총격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되고 만다.

얼떨결에 드류의 임무를 떠맡게 된 오드리의 곁에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일절 없는 절친 모건(케이트 맥키넌)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드리의 임무 수행에 합류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무작정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오른 두 사람. 이들에게 접근해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문투성이인 데다가 주변 상황은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얼마 후 오스트리아의 약속 장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한다. 두 사람의 임무는 이렇듯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두 여성.. 스파이가 되다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본격 액션 신이 가미된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인연을 맺은 지 정확히 1년 만에 문자를 통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가 남긴 임무를 엉겁결에 떠맡게 된 오드리와 절친 모건이 이를 수행하기 위해 세계 도처를 돌아다니며 스파이 액션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스파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두 여성. 이들은 스파이인 남자친구와의 인연으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부지불식간에 냉혹한 스파이 세계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게 된다. 얼떨결에 떠맡게 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평소 여행이 꿈이었던 유럽 도처를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전개는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그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냉철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고도의 전략이나 무기 하나 없이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두 여성. 엉뚱한 발상이 되레 성공으로 이어지는 등 이들의 좌충우돌 임무 수행 장면은 절로 웃음을 유발해 오며, 거침없는 입담은 관객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지만, 의외로 시간이 지날수록 스파이로 거듭나며 차츰 성장해나간다. 이들이 펼치는 액션도 그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스파이들끼리 맞붙어 총탄과 흉기가 날아들 땐 숨기에 급급했던 이들이지만, 어느 순간 수많은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 위로 전문 킬러가 탄 수십 대의 바이크가 맹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카체이싱 묘기까지 선보인다.

액션과 코믹 모두 잡은 연출

전력을 다해 추격해 오는 킬러들을 물리치고 이들을 공중으로 치솟게 하거나 바닥으로 내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뿐만 아니다. 모건이 공중 그네 위에서 선보이는 아슬아슬하고 화려한 아크로바틱 액션은 흡사 사전에 잘 짜여진 한 편의 서커스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어느덧 잘 다듬어진 스파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코믹과 액션이 혼재된 장르이면서도 이렇듯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엔 감독만의 남다른 철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 주연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약하고 가벼운 액션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밝힌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덕분이다.



두 여성 배우를 액션의 전면에 내세운 데다, 코미디 장르라는 점이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나름 잘 극복한 셈이다. 아울러 부다페스트, 프라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두 여성의 임무 수행 과정은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기존의 스파이 액션물처럼 무겁고 마냥 심각하지 않은 데다, 코믹물이라고 하여 액션을 소홀히 하지도 않은, 액션과 코믹이 절묘하게 잘 배합된 작품이다. 가볍게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다.



감독  수잔나 포겔  


* 이미지 출처 :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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