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미국 이민 2세대가 겪는 성장통 '빅 식'

새 날 2019. 6. 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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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 삶의 터전을 닦은 이민 2세대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 그는 무대 위에서 코미디 공연을 펼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공연을 관람하던 미국 여성 에밀리(조 카잔)가 쿠마일에게 관심을 드러낸다. 이후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서로를 향한 끌림은 흡사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소하게 빚어진 오해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을 고하고 만다. 정략결혼을 따르는 파키스탄의 오랜 전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저하는 쿠마일을 에밀리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밀리는 원인 모르는 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져든다. 

영화 <빅 식>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정략결혼이라는 오래된 전통 탓에 연애가 허락되지 않은 파키스탄 출신의 한 남성이 결혼에 한 차례 실패하였으나 여전히 사랑을 쫓는 미국 여성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파키스탄인 남성과 미국인 여성.. 인종 및 가치관의 갈등 뛰어넘다

영화 <빅 식>은 주연을 맡은 쿠마일 난지아니와 그의 아내 에밀리 V.고든 사이에서 실제 있었던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기에도 참여한 쿠마일 난지아니는 2018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파이어니어 100인에 선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민 2세대인 쿠마일에게 파키스탄의 전통 문화는 달갑지 않았다. 기도는 일상에서 가장 엄격하게 준수되는 의식이었는데 그는 이 전통마저도 거부했다. 식사 도중 부모로부터 기도를 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으면 지하 기도실로 내려가 엉뚱한 짓으로 시간을 때우다 돌아오곤 했다. 



쾌활하고 개방적인 성격의 에밀리는 아버지 테리(레이 로마노)와 어머니 베스(홀리 헌터)에게 쿠마일과의 관계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털어 놓지만, 쿠마일은 연애결혼을 무시하고 오로지 정략결혼만 인정하려드는 부모에게 그녀의 존재를 차마 언급할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이로부터 싹튼다.

미국 사회는 테러의 여파로 이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으며 여전히 테러 울렁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쿠마일은 가는 곳마다 자신이 테러 조직에 몸담지 않음을 입증해야 하는 등 주변의 삐딱한 시선을 온몸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이렇듯 무슬림 이민자들이 겪는 고통은 일상과 늘 함께였다.



문화적 차이는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쿠마일의 부모는 쿠마일과 에밀리와의 연애에는 애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눈치였다. 관례를 따르지 않으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전통에 따라 어차피 정략결혼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는지 쿠마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을 소개했다.

에밀리를 가장 분노케 했던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인종이나 가치관 등의 차이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문화적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었다.



미국 이민 2세대가 겪는 성장통

때마침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에밀리. 쿠마일은 주변의 만류와 자칫 가족에게 영원히 버려질지도 모르는 위기감 속에서도 그녀를 외면하지 못하고 죽음의 턱밑까지 이른 에밀리의 곁을 의연히 지킨다. 혼수상태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술이 이뤄지는 등 그녀가 위험한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쿠마일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자각하게 된다.

파키스탄인과 미국인이라는 인종적 차이, 가치관의 차이,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파키스탄의 1400년 된 전통, 무슬림을 향한 편견적 시선, 연애결혼을 인정할 수 없어 연인과의 이별을 종용하는 부모, 희귀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까지, 쿠마일의 앞에 놓인 장애물은 밑도 끝도 없었다.



그는 이러한 장애물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그녀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쿠마일. 비로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눈떠가는 그의 진지한 태도 속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쿠마일은 문화와 인종,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다름으로 인해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 이민 2세대이면서도 1400년 된 전통을 따라야 하는 갈등으로 인해 정체성에 따르는 혼란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끝내 극복하고 끈끈한 가족애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민 2세대로서 앓을 법한 성장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  마이클 쇼월터


* 이미지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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