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신뢰에 관한 이야기 '골드'

새 날 2019. 6.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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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매튜 맥커너히)는 증조부가 일구고 아버지가 그 뒤를 이어 맡아 온 광물 채광 회사 ‘워쇼 채광’을 운영해 오고 있는 인물이다. 워쇼 채광은 아버지 때만 해도 업계에서 꽤 잘 나갔지만, 케니가 운영을 맡으면서 점차 내리막길로 접어들더니, 거의 무너지다시피 하게 된 회사다.

한편 환태평양 화산지대 ‘불의 고리’라는 가설을 통해 세계 최대 구리맥을 찾아냈던 인물이지만, 동료 지질학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인생 최대의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 마이크(애드가 라미네즈). 그로부터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엿본 케니는 마이크를 찾아가 인도네시아에서 함께 금맥을 찾아보자는 동업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정글 오지에서 금광을 찾아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곳을 파헤쳐보았지만 금이 묻혀있는 곳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케니는 현지에서 죽음의 병이라 일컬어지는 말라리아에 걸려 수개월 동안 사경을 헤매게 된다. 마이크의 고군분투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다 두 사람은 기어이 금광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금광 채굴업자와 지질학자의 만남.. 이들이 펼치는 극적인 드라마

영화 <골드>는 전문 금광 채굴업자와 지질학자가 인도네시아에서 함께 금광 채굴 사업에 뛰어든 뒤 상당한 규모의 금맥을 찾아내어 크게 성공을 거두는 듯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드 게이트’로 불리는 희대의 사기 사건에 연루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막전막후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골드>는 1993년 광산개발회사 브리-X가 최대 규모의 금광을 발견하면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금광은 인도네시아의 정글 오지에서 발견되었으며, 20세기 최대의 금맥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사건은 미국의 월가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부까지 연루되면서 전 세계를 뒤흔든 바 있다.

케니는 금광 발견으로 실패와 성공을 오간다. 그는 무너져가는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승승장구하며 뉴욕 월가에 당당히 입성, 잘 나가는 금융 전문가, 자본가, 투자가들을 일거에 자신의 사업 파트너로 엮는 수완을 발휘한다. 그가 펼쳐 보이는 인생 역전 드라마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을 정도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역을 위해 21kg 감량에 나섰던 매튜 맥커너히는 이번 작품 속 케니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햄버거만 먹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살을 다시 21kg 찌웠다고 하니,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아무도 못 말릴 듯싶다. 실제로 이번 작품 속에서 그는 실패와 성공을 오가고 때로는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는 등 극과 극으로 치닫는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신뢰에 관한 이야기

세상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들 금광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그 가치가 얼마인가에만 관심을 둘 뿐, 아무도 진실 따위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저 눈만 크게 뜨고 바라보기만 했어도 보이는 것들이었는데 모두가 이를 외면하기 바쁘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가 하겠거니 하는 심리 탓일까? 믿어야 하는 것에는 정작 관심을 두지 않고 믿지 말아야 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대인들. 골드 게이트는 바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싹이 움트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케니는 관련 업계가 최고 채광 업자에게 수여하는 금곡괭이상을 수상하면서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건 오로지 ‘(금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뿐이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 믿음은 사람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가치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케니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마이크 홀로 고군분투하며 케니를 믿고 돌보았듯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케니는 마이크에게 전 재산을 투자하며 그에게 믿음을 보냈다. 아울러 세상 사람들 모두가 마이크를 의심하고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때조차 케니만큼은 그를 끝까지 신뢰했다.



사업이 극한 위기로 내몰린 상황에서 마이크를 만난 케니. 그는 마이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난 금을 찾으러 갔다가 친구를 찾았지” 케니의 이 낯 간지러운 멘트가 그동안 마이크에게 보낸 무한 신뢰와 함께 가까운 훗날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될 줄은 아마도 꿈에도 몰랐으리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세태 속에서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금(金)보다 되레 사람에게 더욱 절실해 보이는 덕목 아닐까 싶다.



감독  스티븐 개건


* 이미지 출처 :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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