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기발한 상상력, 경이로운 세계관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새 날 2019. 6. 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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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 캐릭터 랄프와 바넬로피는 절친 사이이다. 이들은 오락실 영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각자 게임 속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하다가 영업이 모두 끝나 게임기의 전원이 차단되면 함께 만나 놀거나 휴식을 취하곤 했다.

레이싱 게임 ‘슈가 러쉬’의 캐릭터인 바넬로피는 끝도 없이 반복되는 레이싱의 트랙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절친인 랄프는 이러한 바넬로피가 안쓰러워 어느 날 새로운 트랙 제작 작업에 뛰어든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던 게임을 통해 바넬로피는 이 새로운 트랙에서 레이싱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트랙은 상태가 매우 거칠어 제아무리 베테랑 레이서라 해도 레이싱이 쉽지 않았다. 바넬로피의 레이싱은 엉망이 되고 만다. 동시에 오락실에서 게임에 참여하고 있던 사용자는 낯선 트랙에 당황한 나머지 게임기의 부품을 부수고 만다. 안타깝게도 오래된 게임기종이라 시중에서 해당 부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오락실 주인은 게임기를 처분키로 결정한다.



인터넷 세상에 뛰어든 게임 캐릭터.. 놀라운 일이 벌어지다

슈가 러쉬가 사라지면 바넬로피를 비롯한 수많은 캐릭터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려야 한다. 랄프는 자신 때문에 일이 커진 데다 절친인 바넬로피의 슬픔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파손된 부품을 판매하는 곳을 수소문했다. 모 인터넷 쇼핑몰이 유일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해당 부품의 구입을 위해 인터넷 세상 속으로 함께 뛰어든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게임 캐릭터 랄프와 바넬로피가 파손된 게임기의 부품을 구하기 위해 게임 세상을 벗어나 그보다 훨씬 광활한 인터넷 세상으로 뛰어든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지난 2012년 1편이 개봉된 뒤 7년만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선보이는 후속편이다.

랄프와 바넬로피가 접하게 되는 인터넷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아니 별천지와 다름없었다. 지나치게 광활하고 복잡하여 당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혼돈에 빠진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준 건 다름 아닌 인터넷의 관문이자 검색 서비스였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이를 통해 애타게 찾던 쇼핑몰로 직행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흔히 우주로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듯이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IP주소와 정해진 경로에 따라 이동할 때마다 특정 사이트나 서비스를 홍보하며 호객 행위를 일삼는 이들이 불쑥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지곤 했다.

이윽고 쇼핑몰에 도착한 두 캐릭터. 이곳에서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엉겁결에 경매에 참가한 이들은 부품을 낙찰 받았으나 정작 문제는 돈이었다.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던 이들은 슈가 러쉬 게임을 어떻게든 다시 살리겠노라는 집념 하나만으로 돈 구하기에 직접 뛰어든다. 인터넷 세상 속 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이때부터 본격 펼쳐진다.



경쾌하며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경이로운 세계관

인터넷 공간을 과연 어떻게 시각화했을까 궁금했는데, 그동안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 즉 인터넷의 구동 원리를 인격화하여 접근하는 연출 덕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접속과 동시에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거대하면서도 놀라운 세계관으로 구현한 감독의 연출력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아울러 현재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굴지의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을 각기 특색에 맞는 형태의 상징물로 인터넷 공간 곳곳에 배치시키고 있는 점도 이채로웠다. 아이디어가 통통 튄다.

게임 속 아이템을 현실에서 사고 파는 행위, 유튜버로 대변되는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그리고 인터넷 세상의 어두운 이면인 ‘다크 웹’ 세상과 그곳을 통해 유통되는 악성 바이러스 등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면면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현실감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에서는 디즈니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총 출동, 이제껏 어떤 작품에서도 시도된 바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된다. 인터넷 세상 속 ‘오 마이 디즈니’라는 가상공간에서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엘사 그리고 모아나 등 역대 디즈니 공주들이 모두 출연한다. 뿐만 아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인기 캐릭터와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 등의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한다. 초호화 캐스팅된 이들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인터넷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다양한 일들을 함께 경험하면서 절친일수록 오히려 상대방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주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된다.

경쾌하며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경이로운 세계관이 더해진 매력적인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면 좋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감독  필 존스턴, 리치 무어


* 이미지 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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