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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선희(정다은)는 학교에서 조용한 축에 속한다. 주변에 친구들로 늘 북적거리던 같은 반 급우 정미(박수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선희는 정미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 무리에 끼고 싶어 한다. 결국 정미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희가 꺼내든 카드는 거짓말이었다. 매진된 아이돌 공연표를 구해준다거나 남자친구가 있음을 과시하면서 친구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선희의 언행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정미를 비롯한 아이들은 선희를 향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를 우연히 엿듣게 된 선희는 큰 절망감에 빠져든다. 그 중심에는 정미가 있었다. 괘씸하게 여겨진 정미를 골탕 먹이기 위해 선희는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여 정미를 일부러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아웃사이더 선희, 인사이더 슬기가 되다

 

정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선희는 죄책감으로 집을 뛰쳐나오고 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선희는 마음씨 좋은 보육원장(전국향)에 의해 발견된다.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된 선희, 이후 슬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선희와 슬기>는 주류에 소속되고 싶어 거짓말을 일삼던 선희가 자신 때문에 죽은 친구로 인해 죄책감을 갖게 되고, 이후 슬기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박영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42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잉마르 베리만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초청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아무도 알 수 없는 외진 곳으로 와 전혀 새로운 인물로 변모한 슬기는 보육원에서의 착실한 생활 덕분에 보육원장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된다. 이후 슬기는 보육원장의 배려 덕분에 검정고시를 치르고 고등학교에도 입학하게 된다. 그녀가 고대했던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

 

새롭게 들어간 학교에서의 슬기는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주류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최선희에서 김슬기로 완벽하게 변모한 것처럼 보인다.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것이다. 선희는 과연 슬기라는 인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근래 우리 주변에는 ‘인싸(인사이더)’와 ‘아싸(아웃사이더)’라는 용어가 난무한다. 어른들부터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모두들 인싸 타령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트렌드를 상업적으로 교묘히 이용하려는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른바 ‘인싸템’ 마케팅마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하면 인싸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도 넘쳐난다. 인싸가 되기 위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화장이 유행 중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웃프다.

 

 

‘인싸’ ‘아싸’... 과도한 편가르기에 경종 울리는 영화

 

주류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은 안전을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한다. 일종의 본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좇는 행태를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만, 과도한 편 가르기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아울러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각의 행태는 더더욱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선희가 주류 무리에 소속되어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선희가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거짓말이라는 무리수였다. 이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인싸의 핵이던 정미의 죽음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듯 안전을 추구하고 주류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본능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가혹한 편 가르기가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어느덧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영화는 주류가 되고 싶어 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현재의 삶 말고 전혀 다른 삶을 꿈꾸곤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용어가 유행 중이다. 이 신조어에도 그러한 바람이 일정 부분 내포돼있다.

 

아웃사이더로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선희는 슬기라는 인사이더로서의 삶을 새롭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또 다른 삶을 영위하게 된다. 관객은 선희가 슬기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요즘 일종의 놀이처럼 유행하는 인싸와 아싸 따위의 과도한 편 가르기 행태에 경종을 울린다. 러닝 타임이 짧아 담백하다. 그렇지만 메시지만큼은 확실한 작품이다.

 

 

감독  박영주

 

* 이미지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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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3.21 07:41 신고

    한번 볼만하겠네요..
    과거 학창시절이 유추될듯 합니다.^^

  2. 무한경쟁으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3.21 12:58 신고

    괜찬은 영화 같습니다. 저도 한 번 기회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9.03.21 17:16 신고

    비온 뒤 맑은 날이 됐네요~
    오늘도 역시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