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시대를 앞서나갔던 한 여성의 이야기 '콜레트'

새 날 2019. 3.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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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콜레트(키이라 나이틀리)는 소설 편집자 윌리(도미닉 웨스트)와 사랑에 빠져 그를 따라 파리에 입성하게 된다. 윌리의 인맥은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살롱 문화와 사교계 등에 폭넓게 걸쳐져 있었다. 덕분에 콜레트는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려함의 이면에 감춰진 위선과 허위의식에 짓눌리던 콜레트는 파리 생활에 금세 지치고 만다. 그 무렵 윌리는 소설 출판 사업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콜레트를 자신의 사업에 끌어들이기로 작정한다. 콜레트의 학창시절과 시골생활을 근간으로 하는 성장담을 소설로 출간키로 한 것이다. 이 소설은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콜레트가 쓴 소설, 신드롬 현상을 낳다

영화 <콜레트>는 남편인 윌리의 이름으로 대필하여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그와 관련한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 콜레트가 남편을 위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결국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이뤄나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콜레트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영화에서 콜레트는 주변의 동식물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그만큼 감수성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이러한 성향이 아마도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콜레트 자신의 성장담을 영감으로 하여 글로 옮겨놓은 작품은 내놓는 족족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그녀가 창조한 소설 속 가상 인물 ‘클로딘’은 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된다. 소설은 다양한 문화 상품으로 파생되면서 일종의 신드롬 현상을 낳고 있었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콜레트만의 글 솜씨뿐 아니라 윌리의 독특한 노력이 깃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리는 통속적인 내용이 대중들에게 더욱 잘 팔린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인물이다. 그와 관련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그는 콜레트를 교묘히 이용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 역시 모른 척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콜레트가 노력한 결과물은 언제나 남편 윌리 자신의 명예를 높여주거나 성공이 되게 하는 게 전부였다. 그녀의 창작물이었음에도 콜레트는 정작 남편의 그림자 역할에 불과한 것이었다.

남편 윌리의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은 물론, 이러한 결과에 점차 신물이 나기 시작한 콜레트는 남편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어 했다.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콜레트는 결국 그녀를 옭아매온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수많은 여성들의 롤 모델로 우뚝 선 ‘콜레트’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접어들던 시기이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이 극심하던 때다.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기 어려운 데다 출간해 봐야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없어 남편의 이름으로 대필하여 노벨문학상을 수상케 한 최근 개봉한 영화 <더 와이프>의 경우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당시만 해도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언감생심이었으니 이보다 반세기 이상 앞선 시대상을 그린 영화 <콜레트>의 시간적 배경이 되었던 시기에는 그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이다.



콜레트는 이렇듯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과감히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여 유명 작가가 되었고, 더 나아가 뮤지컬 배우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보도기자가 되어 활약하는 등 독특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시대를 앞서간 여성상으로서 수많은 여성들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롤링도 자신의 롤 모델로 주저 없이 콜레트를 꼽을 정도다.



영화는 1890년대부터 1910년대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당시 파리 문화의 중심지였던 살롱, 극장 그리고 카페 등의 이국적인 분위기의 무대를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놓음으로써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 작품에서 콜레트의 배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는 독특한 중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열연을 펼친다.

여성 작가가 전무하던 시절. 남편의 그림자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작가로 우뚝 서고,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는 등 예술가로서의 의미 있는 성취를 일궈낸 콜레트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과 영감으로 다가온다.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 이미지 출처 : (주)NEW, (주)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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