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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 권력을 통해 업계의 거물이 되어 성공을 손에 거머쥐고자 하는 성공 지향의 젊은 연예 기획자다. 세르조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를 자신의 인생역전을 도와줄 권력자로 일찌감치 점찍은 뒤 그에게 접근, 보다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영화 <그때 그들>은 부정부패와 망언, 섹스 스캔들 등 온갖 구설에 휘말리며 영예와 치욕의 삶을 동시에 살았던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파란만장했던 행적을 좇으며, 권력을 향한 뒤틀린 욕망과 허무함을 풍자와 우화로 담아낸 블랙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그린 <그레이트 뷰티>, 청춘을 예찬한 <유스>에 이어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인생 3부작 가운데 하나인 ‘욕망’을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명문 축구클럽 ‘AC밀란’의 전 구단주이자 미디어 재벌, 그리고 망언 제조기라는 별칭과 함께 세 차례나 총리직을 역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 작품에서 욕망의 화신으로 묘사돼 있다.



영화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정치 스캔들에 연루되어 총리직에서 사임한 뒤 재기를 위해 개인 별장에 머무르던 참이었다. 세르조는 그러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젊은 여성들을 대거 스카우트, 그의 별장 부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초호화 파티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벌거벗은 무희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마약 파티를 즐기는 등 욕망은 거침없이 날뛰며, 날 것 그대로의 것들이 스크린 위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러한 장치들을 배경으로 성공 지향 인물 세르조와 욕망의 화신 실비오는 각기 다른 형태의 욕망을 향해 동시에 폭주하기 시작한다. 해당 장면 하나하나는 지나치게 적나라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시종일관 불쾌함을 유발해온다.



안타깝게도 157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의 대부분은 이러한 장면들 위주로 채워져 있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며, 그에 따라 극의 중심인물과 이야기 또한 판이하게 갈린다. 전반부는 세르조가 권력을 등에 업고 거물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을 비추고, 후반부는 욕망을 좇는 실비오와 그에 따르는 공허함 따위를 동시에 그리고 있다.

극중 상황과 묘하게 거슬리던 실비오의 기분 나쁜 미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배가시키는 요소에 해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욕망의 끝은 결국 공허함과 허무함으로 끝나게 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아닐까도 싶다.



물론 그와 비슷한 장치는 또 있다. 실비오의 별장 정원에는 회전목마, 화산 및 성 모형 등 온갖 종류의 상징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실비오만의 왕국임을 상징하는 장치들이지만, 왠지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권력과 욕망의 이면은 결국 허울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장치로 엿보인다.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던 선정적인 장면은 다분히 감독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대목으로 읽힌다. 덕분에 관객으로 하여금 더럽고, 불쾌하며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관객의 기분을 제대로 망치려고 했던 게 감독의 애초 의중이었다면 대체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친절하고, 불쾌하다.



이 작품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던 영화 도입부의 자막은 결과적으로 헛웃음을 유발해온다. 작품 곳곳에는 각종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데 이를 하나하나 해석하는 재미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앞서는 까닭에 왠지 피로감이 먼저 엄습해오는 느낌이다.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 이미지 출처 : 영화사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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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okyobreaknews.tistory.com BlogIcon T. Juli 2019.03.11 23:43 신고

    영화를 보고 불쾌함이 돌면 안 되는데
    궁금한 내용이네요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3.12 06:40 신고

    현실풍자 블랙코미디로군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현실에서 영화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3. 늘 그렇듯이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분명하나는

    욕망으로 얻어진 권력남용은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처럼
    아,더.매.치.유...

    아니꼽고 더럽고 매시껍고 치사하고 유치하기까지...

  4.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9.03.12 10:11 신고

    말씀처럼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내용이지 싶어요.

  5.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3.12 10:40 신고

    모름지기 좋은 영화란 정신을 맑히는 청량제여야지요.
    문화라는 이름으로 인간성을 파괴하는 영화들이 많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