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5일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까지 9급 공무원 고졸 채용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국가직 9급 공무원 고졸 채용 비율은 7.1%에서 2022년까지 20%로 증가하며, 지방직 9급 공무원 중 직업계고 선발 비율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된다. 공공 기관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만 응시할 수 있는 전형도 별도로 생긴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졸자 채용 비율이 축소된다는 등의 논리를 앞세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는 “공무원이 목표인 사람은 대학 가지 말라는 얘기 같다”라거나 “고졸자에게 주는 혜택이 과도하다” “공부를 더 하면 불이익을 받는 세상”이라는 등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기화로 정부 비난에 여념이 없다.
ⓒJTBC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SKY 캐슬’로 대변되는 학벌지상주의
최근 드라마 ‘SKY 캐슬’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 드라마가 공감을 얻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다소 과장돼있기는 해도 결코 남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학벌주의 그리고 입시체계라는 교육적 토대가 견고한 상황에서 욕망의 바벨탑이라 불리는 이 ‘SKY 캐슬’은 사실상 드라마와 견주어 그 규모가 비록 작을지언정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각기 감춰져 있는 은밀한 욕망을 들춰낸 꼴과 진배없다.
‘SKY캐슬’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인 학벌지상주의를 상징한다.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2018년 기준으로 69%에 달한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 셈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3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학벌주의의 광풍 탓이다. 우리의 삶을 지속적으로 짓눌러오고 있는 엄청난 부채감의 무게는 이로 인한 후유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꺼내든 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진학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교는 스펙 위주의 학벌사회로부터 능력 위주의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공고한 입시체계와 학벌주의 광풍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들이 제 역할을 해야 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교의 위기
그러나 이들 학교들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지역 특성화고의 경우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무려 5년 연속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데다 학벌지상주의의 팽배로 대학입학 선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펙과 학벌이 융숭한(?) 대접을 받다보니 모두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다. 저마다 ‘SKY 캐슬’을 쌓아둔 채 한 계단 한 계단 위로 올라서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것이다.
특성화고의 취업률 역시 현장실습제도의 변화와 학벌주의 현상의 여파로 인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7년 평균 65.1%에 달했던 취업률은 지난해 9.8%포인트 하락하면서 50% 초반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교의 위기다.
‘SKY 캐슬‘로 대변되는 학벌사회에서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교의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는 건 우리에게는 커다란 악재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얼마든 취업이 가능하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진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고한 학벌주의에 영향을 미치게 할 존재가 다름 아닌 직업계고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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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학벌주의 해소 밑거름되길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은 위기에 몰린 직업계고교를 다시금 활성화하고, 대학 진학보다는 일찌감치 취업을 선택케 하여 우리 사회에 대학 진학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게 할 특단의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 대한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잘 이뤄지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그 맥이 뚝 끊겼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학벌주의의 타파는 요원하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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