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5.18 민주화운동 폄훼한 자유한국당, 책임져야

새 날 2019. 2.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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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김진태와 이종명 등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이른바 극우논객으로 일컬어지는 지만원 씨를 초청하여 진행한 행사다.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망언을 쏟아냈다.

이종명 의원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순례 의원은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에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지만원 씨는 "북한군 개입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며,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주장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공개적으로 폄훼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며, 사회 각계로부터 일제히 비난이 쏟아지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이번 사태에 대해 9일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나경원 대표의 입장 표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비겁하다. 우선 당의 공식 행사였음에도 소속 당 의원들의 발언을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양 또 다시 개인적 일탈로 덮으려는 파렴치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당의 이름을 걸고 행사를 개최했으면 그 안에서 이뤄지는 제반 사안들은 당이 응당 책임을 져야 마땅할 텐데도 도리어 꼬리 자르기에 나선 셈이니 말이다. 입장이 불리해질 때마다 꺼내드는 이 ‘개인적 일탈’ 카드는 어느덧 식상하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제는 관전하는 재미마저도 없다.


ⓒ연합뉴스


두 번째로는 자유한국당의 망동을 비난하고 나선 정치권을 향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면서 적반하장의 태도를 드러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그들에게 도리어 묻고 싶다. 지금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쪽은 누구인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현대사에서 이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시 말해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다. 5월 18일은 지난 1997년 법정국가기념일로 지정됐으며, 관련 기록물은 2011년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렇듯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의 주요 분기점이자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민중항쟁이다.



이의 가치를 명백히 훼손하는 주장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건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안을 두고 그들이 늘 그래왔듯이 또 다시 본질 흐리기에 들어간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자신들의 망동에 대해 비난하는 행위를 두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한다’는 식의 운운은 작금의 불리한 상황에 대한 일종의 물타기 시도로 읽힌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것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폄훼하고 나선 건 바로 자유한국당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결과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이런 망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냈다는 사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그들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이번 사태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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