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동물보호단체 케어 사태, 안타까운 이유

새 날 2019. 1.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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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지난 12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소연 케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론 수렴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케어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케어 직원의 주장을 종합해볼 때 케어는 안락사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나 규정 없이 의사결정권자, 즉 박소연 케어 대표와 일부 관리자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50여 마리의 동물이 안락사되었으며, 지난 한 해에만 80여 마리가 처분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건상 여력이 없었음에도 무리하게 구조 활동이 이뤄지면서 건강하고 문제가 전혀 없는 동물조차 또 다른 구조 진행을 위해 목숨을 맞바꿔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한 마리를 구조해오면 기존에 보호 중이던 다른 동물이 희생되는 방식의 어처구니없는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케어는 지난 2017년 유기견이었던 ‘토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 보내면서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토리’는 2015년 도살되기 직전 케어에 구조돼, 2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된 반려견이다. 청와대로 간 ‘토리’는 문 대통령이 양산에서 키우던 ‘마루’와 함께 세계최초의 유기견 퍼스트 도그로 기록되는 영광도 누렸다.

같은 해 부천 반려견 농장 구조 프로젝트를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한 케어는 해당 건만으로 1,400만 원가량의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동물 250여 마리의 구출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듯 대중 친화적인 이력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케어 등 사설 동물보호단체 대부분은 후원금과 후원자들의 봉사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일부 안락사의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케어의 경우 그들 스스로 지난 2011년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였고, 이와 같은 요인이 대중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일반 동물보호소의 경우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일정 기간 동안 입양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키도록 돼있다. 상대적으로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신뢰가 바로 케어를 오늘날까지 지탱하도록 만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연합뉴스


덕분에 이러한 케어를 믿고 대중들이 십시일반 후원, 어느덧 연간 20억 원가량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로 불쑥 컸다. 그러나 현실은 알려진 바와 전혀 달랐다. 계획 없는 대규모의 구조가 이뤄졌고 그의 반대급부로 애꿎은 동물들이 안락사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어는 이러한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 이는 인간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동물을 두 번 죽인 셈이자, 케어를 믿고 후원한 시민들을 일방적으로 배신한 셈이 된다. 대중들이 공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반려동물과의 공존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락하게 하기 위함이다.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을 이야기하고 실제로 이의 보호를 위해 애쓰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케어의 활동 역시 이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케어 논란은 사람 사이에 응당 형성돼있어야 하는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이로 인한 여파는 자못 크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갈수록 위축돼가는 중이다. 지난 2013년 2663억 원이었던 공동모금회의 개인 모금액은 지난해 1939억 원으로 액수가 27%나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꼽고 있지만, 기부문화 자체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돼있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23.8%)’를 가장 많이 꼽고 있었다.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 등의 후원금 유용 소식은 가뜩이나 기부문화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어렵게 유지돼오던 사회 온정마저 차디찬 분위기로 급반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케어 논란까지 더해졌다.  

선량한 의지에 의해 기부하고 후원한 돈이 애초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쓰이는 등 선의가 악의로 탈바꿈하는 현상을 목도해야 하는 이 뜨악한 현실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 동물권, 그리고 생명존중과 같은 담론에 앞서 또 다시 우리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는 가뜩이나 열악한 동물보호단체의 운영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케어 논란이 안타까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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