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가 쓰레기는 아니잖아요”

새 날 2019. 1. 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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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환경미화원들이 작업 도중 잇따라 숨지자 정부는 관련대책을 내놓았고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들의 근무 여건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5일 방영된 SBS 뉴스토리 ‘우리가 쓰레기는 아니잖아요’ 편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무 환경을 짚어보며, 1년 전 정부가 내놓은 대책 점검에 나섰다.

TV 화면 속에 비춰지는 그들의 일터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과연 정부 대책이 시행되긴 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그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샤워시설은 물론, 심지어 식수마저도 온전히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건 그들이 실제로 투입되어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이었다.



무거운 것을 반복해서 들거나 옮겨야 하는 까닭에 근골격계 질환은 이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직업병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려스럽게 하는 대목은 폐 관련 질환이었다. 이들이 청소차량 주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면 분진이나 차량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 등은 피하려야 피해갈 수가 없다.



방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평생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뒤 그에게 돌아온 건 폐암 2기 판정과 손가락 관절 이상이라는 한 전직 환경미화원의 삶을 조명한다. 그는 후배 환경미화원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감정이 가장 앞선단다. 폐암 진단을 받고 가까스로 산재로 인정을 받기는 하였으나 안타깝게 숨져간 이들에 대한 사연도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작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기에 이렇듯 폐암 환자가 속출하는 것일까? 취재진은 환경미화원들이 근무하는 실제 환경 속으로 들어가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이용하여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각각 측정해보았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압착기를 이용해 쓰레기를 차량 안으로 밀어 넣을 때마다 어마어마한 분진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세먼지를 측정해보았다. 얼마나 나왔을까? 7,350㎍/㎥이 찍혔다. 일상에서 우리는 80㎍/㎥만 넘으면 ‘나쁨’ 단계라고 하여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그의 90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번에는 청소차량이 내뿜는 배기가스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초미세먼지가 분출되는지를 측정했다. 2,190㎍/㎥이 찍혔다. 초미세먼지는 35㎍/㎥만 넘으면 ‘나쁨’ 단계다. 무려 60배가 넘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은 초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마스크조차 없이 수건이나 옷 등으로 대충 가린 채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폐 질환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운다. 틈만 생기면 발원하여 우리의 호흡기를 괴롭혀온 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발이냐 혹은 우리 자체의 것이냐 따위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청소차량과 같은 대형 디젤 차량이 내뿜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이번 방송에서 객관적으로 입증해주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양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는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교차로 전후 30m의 위치에서 나노미세먼지의 농도가 가장 짙게 나타난다며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밝혔던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와도 같은 맥락임을 보여준다. 작금의 미세먼지 발원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만 탓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저감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미화원 사연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번 방송 취재 결과 환경미화원에게 가장 시급한 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초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디젤 차량을 친환경 에너지 차량으로 교체하는 일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이들에게 흔히 발병하게 되는 직업병의 종류는 잘 알려져 있으며,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그에 맞춘 적절한 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환경미화원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저희가 쓰레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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