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일본 SNS세대가 주도하는 신한류 열풍

새 날 2019. 1. 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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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제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마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는 최근 신한류 붐이 뜨겁게 일고 있다.

26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일본1020 신한류에 빠지다’편에서는 한일관계가 냉각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SNS세대로 대변되는 신한류 붐의 주류인 일본의 10대 20대가 어떻게 한류를 접하게 되었고, 또한 왜 한류에 빠져들고 있는지에 대해 취재했다.
 
일본의 코리안타운 신오쿠보는 최근 넘쳐나는 사람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치킨에 치즈를 접목시킨 한 음식점에서는 2~3시간을 기다리는 일쯤은 예사다. 일본 사람들이 열광하는 메뉴는 ‘치킨치즈퐁듀’라 불리는 음식인데, 이를 판매하는 점포의 최근 매출은 3배나 껑충 뛰었단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매운 닭갈비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음식 역시 치즈가 주요 재료로 등장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핫도그인 것 같은데, 여기에도 여지없이 치즈가 빠지지 않는다. 이 치즈핫도그는 신한류 먹거리의 연이은 히트작 가운데 하나다. 하루에 적게는 5~6백 개에서 많게는 8백 개까지 팔린단다. 신한류 붐을 이끄는 이들 먹거리들의 공통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치즈였다.



그렇다면 왜 치즈가 신한류 먹거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걸까? 김호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 지사장은 이에 대해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매운 음식이 인기가 좋다. 하지만 일본의 식생활 패턴으로는 매운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없기에 치즈를 첨가, 매운 맛을 중화시켜 먹는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에도 좋다는 점에서 10대 20대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다”고 말한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센터장은 “치즈를 먹는 모습이 귀엽고 재밌으며, 추하지 않아 누군가에게 자랑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본 트렌드의 심장이자 도쿄 유행 일번지이기도 한 오모테산도, 이곳에 얼마 전 한국의 캐릭터 브랜드가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했다. 길게 줄 지어선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곳이 정녕 일본이 맞는지 헷갈리게 할 만큼 이채로운 것이었다. 화장품 브랜드도 입점했다. 이렇듯 신한류 열풍은 패션과 캐릭터 그리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와중이다.
 
한류의 원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욘사마로 지칭되는 배용준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의 주 소비층은 3,40대였으며 한국을 오가는 등 열성 팬들이 당시 붐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2010년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 상륙하면서 2차 한류 붐이 일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프린스로 불리는 장근석 등이 인기를 누렸으며, 약 2년간 지속되다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후 혐한시위가 이어졌으며, 일본 지상파방송에서는 한류가 종적을 완전히 감췄다.

3차 한류로 일컬어지는 작금의 신한류 붐은 2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치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10대 20대 젊은 계층 사이에서 주류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KPOP을 접하는 자생 형태의 한류 팬이 등장한 것이다.



부모가 모르는 사이 자녀들이 빠져든 대표적인 KPOP 아이돌은 바로 ’트와이스‘였다. 일본의 SNS세대는 이렇듯 TV방송 등 주류 미디어 관계자들이 알아채기도 전에 트와이스 신드롬을 일으켰다. 10대들의 유행 속도가 워낙 빠른 까닭에 오히려 미디어가 나중에 따라가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자녀들이 먼저 한류를 접하고, 자녀 손에 이끌려 한류를 접하게 되는 부모 세대도 늘었다. TV방송과 신문 등 주류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아도 일본 SNS세대의 입소문 덕분에 일본의 3차 한류는 어느새 순식간에 퍼졌다.

니시카와 FNC 재팬 본부장은 “지금의 KPOP, 그러니까 BTS나 트와이스가 유행하는 건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닌 멋있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고, 이것이 확산하는 힘이 5년 전과 엄연히 다른 방식이다. 한류의 이미지는 세련되고 최첨단이며, 좋은 것이고, 일본에는 없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은 정보를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이 먹거리부터 패션, 화장품, 캐릭터까지 한류상품의 소비로 이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센터장은 “SNS 시대에는 배용준이나 장근석 같은 사람이 아닌 물건, 그러니까 화장품이나 패션, 먹거리 등 소비재의 구입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의 대중문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을 꼽은 일본 여고생이 1년 새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한국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10%가량이고, 대다수는 현재 유행하는 문화를 좋아하는 층으로 분류된다. 10대 20대가 정치와 역사적인 문제에 영향을 덜 받지만 이처럼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은 신한류 열풍에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이들이 보다 색다르며 자극적인 문화로 갈아탈 수 있는 개연성은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신한류 붐이 예전처럼 특정 인물이나 드라마 중심이 아닌, 선도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문화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내 신한류의 지속 여부는 이제부터 본격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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