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 그것도 야심한 시각에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난 것이다. 일제히 잠들어있는 주변의 생물들을 깨울까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 그는 과거 MBC 청춘 시트콤 <논스톱>과 <거침없이 하이킥>를 통해 '짠돌이' 캐릭터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탤런트 '최민용'이었다.
15일 방영된 SBS '불타는 청춘'에서는 한동안 TV에서 종적을 감췄던 최민용이 불청 멤버로 합류, 그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고식을 치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런데 한 번도 불청에 얼굴을 비친 적 없었던 그의 행동은 왠지 모든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미리 챙겨온 도끼와 전문가용 토치를 이용하여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2년 동안 자연인으로 살아온 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장작 타는 냄새를 유독 좋아했고, 개인 도끼와 토치를 소유할 정도로 그는 자연 친화적인 인물이 돼있었다.
짐짓 여유를 부리는 듯한 최민용은 자신보다 선배인 불청들을 위해 온갖 약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은 한방차도 준비했다. 이윽고 김도균을 비롯한 기존의 불청들이 하나둘 도착하자 그들을 일일이 맞이하기 시작하는 최민용, 흡사 집주인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그는 불청 멤버가 도착할 때마다 자신이 정성껏 만들어 달인 한방차 한 잔씩을 내놓았다. 역대급 신입은 뭐가 달라도 달랐던 셈이다.
불청 멤버 김도균, 김광규, 김부용, 송은이, 박선영, 이연수, 최성국, 권민종, 구본승 이들은 함께해온 시간만큼이나 강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던 터다. 양말을 가져와 나눠 신기도 하고, 추위를 유독 많이 타는 불청을 위해 또 다른 불청이 내복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한 끼 식사를 나누기 위해 기꺼이 밑반찬을 일일이 챙겨오거나 귀한 먹거리도 아낌없이 다른 불청을 위해 내놓는다. 정을 함께 나누는 모습은 무엇보다 따스하고 좋다. 이 때문인지 불청들로부터는 푸근함이나 끈끈함과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어느덧 정이 들은 그들은 실제로 가족보다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불청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밥을 해먹는 모습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여러 장면들 중에서도 가장 흐뭇하다.
최민용의 나이, 올해로 43세다.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나이가 42세를 넘어섰으니 어떻게 보면 최민용의 나이는 적은 순으로 줄을 세우나 많은 순으로 줄을 세우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출연한 시트콤 <논스톱2>가 2002년도에 방영을 시작했으니 당시 그의 나이가 26세였다는 걸 감안하면 그동안 지나온 세월의 길이가 결코 짧지는 않다. 20대 꽃 청춘이 어느덧 40대, 그것도 한국인의 평균나이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렇듯 간만에 얼굴을 비치는 연예인들을 통해 잊고 있던 세월의 실체를 경험하곤 한다. 그리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하며 슬쩍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한국인의 평균나이, 그러니까 최민용의 연령대가 되면 젊은 시절의 피 끓던 연애 감정은 조금씩 누그러지게 마련이다.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박선영은 한방차를 남자 여자 구분하여 만들어 달이던 최민용을 향해 “우리는 남자 여자 섞어줘도 돼. 나이가 딱 중탕이야.”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 발언에는 뼈가 있다. 성호르몬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성에 대한 성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작을 태울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수한 연기 냄새는 비단 최민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소다. 타닥타닥 거리는 장작 타는 소리는 또 어떤가. 우리의 청각세포를 기분 좋게 자극해온다.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는 안구를 정화시킨다. 공감각적 감각을 깨우는 불청의 산골 숙식 체험은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 한편이 따스해지게 마련이다.
장작을 때우면서 발생한 열에너지는 별도로 만들어진 산골 찜질방을 후끈하게 덥히는데 쓰인다. 불청 멤버들, 누가 중년 아니랄까봐 하나같이 이곳 찜질방의 존재를 가장 반겨하는 눈치이다. 최민용의 본격적인 활약은 짐작컨대 다음 회차부터 확인 가능할 것 같다. 최민용의 입성과 동시에 마침내 막내로부터 탈출하게 된 김부용이 다음 편을 통해 막내 챙기기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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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용의 나이가 40대라.. 그래도 얼굴은 아직 그대로인거 같습니다.
저에게 최민용은 '도시남자' 이미지가 강해 아직은 자연인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네요 ㅎㅎ
불타는 청춘보다 선생님의 맛갈스런 글이 더 신나고 재미 있습니다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참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다시 보게 되어 너무 반갑네요~~
전 잘모르는 분이네요. 이 프로그램 재미있네요.
동안으로 보이는데...나이가 ...
ㅎㅎ
잘 보고 갑니다.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42세로군요..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TV 프로그램이 있는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