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티스토리는 카카오에서 ♥을 담아 만듭니다”

새 날 2019. 1. 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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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의 최근 행보는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기분 나쁘게 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티스토리가 아닌, 카카오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카카오 당신들, 요즘 참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이군요. 브런치라는 요상한 서비스를 만들어 얼토당토않게 이를 자꾸만 띄우는 등 안달복달을 하더니 이제는 아예 눈에 뵈는 게 없는가 봅니다. 물론 그러한 당신들의 생리를 결코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티스토리와는 달리 당신들이 직접 만들고 다듬어 런칭한 것이니 오죽 기특할까 싶군요. 얼마나 예뻐해 주고 싶을까요.

갖은 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심지어 기존의 티스토리 영역마저 빼앗아 다음 포털 페이지 곳곳을 당신들이 만든 브런치로 도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 결코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물론 당신들이 굿을 하든 떡을 찧든 저는 그다지 상관이 없으며 알 바도 아닙니다. 다만, 이것 한 가지만은 당신들이 결코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뭐든 다 좋은데 그동안 잘 운영되던 티스토리만큼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티스토리는 티스토리만의 고유한 색깔이란 게 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다음 서비스를 하나둘 폐쇄시키더니 이제는 어느덧 티스토리마저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말았습니다. 비단 최근 있었던 스토리나 통계 개악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신들의 운영 기조 자체가 솔직히 밥맛없는 겁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티스토리는 이미 망조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카카오 당신들, 혹시 이런 결과를 바란 겁니까? 이런..



각설하고, 카카오가 얼마나 덜 된 조직인지 여기서는 딱 한 가지 사례만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27일 티스토리를 통해 공지 하나를 올렸습니다. ‘2019년에 달라지는 티스토리’ 바로 이것입니다. 내용을 쭉 읽어보면 카카오가 꽤나 티스토리 이용자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은 글의 거의 마지막 단락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에디터와 구독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빨리 제공하기 위하여, 2018년 연말 결산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티스토리 서비스 개선을 위해 2018년 연말 결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카카오는 도대체 티스토리 이용자들을 얼마나 같잖게 생각하고 있으면 이따위 공지를 올릴 생각을 한 것일까요? 물론 조금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연말 결산이야 까짓 것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러한 사안을 왜 서비스 개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일까요? 이게 도대체 말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합니다.

서비스 개선은 이용자의 활동 범주 뒷단에서 이뤄지는 일입니다. 더구나 이는 특별히 행해진다기보다 일상적으로 계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이용자들이 어려움 없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뒷단에서 불철주야 관리해야 하는 게 바로 서비스 개선입니다.



반면, 연말 결산은 앞단에서 이용자의 참여로 진행되는 1년에 단 한 차례 개최되는 일종의 티스토리 축제입니다. 이 둘은 별개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자 작업임에도 카카오는 뒷단에서 항상 신경을 기울이고 진행되어야 하는 일을 핑계로 앞단에서 1년에 단 한 차례 개최되는 빅 이벤트마저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만약 연말 결산을 진짜로 할 심산이었으면, 카카오 직원들이 날밤을 새서라도 어떻게든 이를 진행했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할 마음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진행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애초 연말 결산을 할 계획이 없었다면 차라리 앞으로는 연말 결산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하든가 말입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면서 치졸하게 서비스 개선을 핑계 대고 연말 결산을 하지 않겠다니요, 카카오의 시커먼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가요?

티스토리 관리자페이지 왼쪽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티스토리는 카카오에서 ♥을 담아 만듭니다”

갑자기 낯이 뜨거워지려고 합니다. 진정 티스토리를 떠나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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