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카카오의 속물 근성 드러낸 카톡 돈 '뿌리기' 기능

새 날 2018. 12. 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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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톡 단톡방 사용자들에게 돈을 뿌릴 수 있는 기능인 '뿌리기' 기능을 선보였다. 카카오는 이 기능에 대해 간편 송금을 넘어 더치페이, 예약송금, 송금봉투 등 사용자들의 생활 문화를 고려한 세심한 기능을 제공해온 카카오가 제안하는 새로운 나눔 문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 그대로 이 서비스가 새로운 나눔 문화로 자리 잡게 될지 아니면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 사회 문제로 비화될는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노릇이다.


다만, 그렇잖아도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상인데, 굳이 채팅방에서까지 돈을 뿌리게 하는 이 속물스러우면서도 괴이한 발상의 산물이 카카오 내부가 아닌 중국이 원산지라는 사실은 왠지 우리를 더욱 안타깝고 허탈하게 만든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하여 그쪽과는 상이한 문화를 보유한 우리에게 해당 기능을 그대로 적용, 향후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부작용을 나몰라라한 채 오로지 재미와 흥미만을 추구, 돈을 끌어 모으겠노라는 끔찍한 전략을 앞세우는 카카오의 행태는 그래서 솔직히 밥맛 없다.



물론 카카오의 이러한 움직임이 새삼스럽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카오가 다음의 핵심 서비스들을 하나둘 차례차례 없애는 과정을 쭉 지켜 봐왔다. 이른바 가치보다 이윤을 앞세운 카카오의 '다음 지우기' 프로젝트를 말이다. 이의 정점은 아마도 아고라와 미즈넷 서비스의 종료 선언이 아닐까 싶다. 아 참 아니다. 아직은 사라져야 할 게 조금은 더 남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 티스토리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다음블로그도 아닐 테다. 그렇다면 다음 메일일까? 물론 이도 아닐 것이다. 다음 카페도 아니다. 바로 '포털 다음'이다. 그러니까 아고라와 미즈넷 이후 카카오에서 사라지게 될 서비스는 '포털 다음' 그 자체라는 우스갯소리는 괜한 게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뿌리는 돈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는 길거리에서 돈을 뿌리는 행위와 진배없다. 영문도 모른 채 혹은 어떤 목적을 갖고 거리에서 돈을 뿌리는 사람과 이를 주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주변이 온통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 사건을 간혹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데, 카카오의 돈 뿌리기 기능은 바로 이러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카카오는 이를 편리하고 재미있는 기능이라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가상 공간에서 돈을 뿌리라고 종용하는 건 마치 앞으로 인간관계 따위는 돈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등을 강제로 떠미는 행위와 같다.



아울러 돈 '뿌리기'라는 새로운 기능의 네이밍은 카카오의 속물적인 본질을 온전히 드러내게 하는 장치다. 어느 누가 네이밍을 했으며, 아울러 최종 결재를 해준 것인지 모르지만, 카카오라는 기업의 속성과 기업 윤리가 고스란히 읽힌다. 카카오는 많고 많은 표현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돈을 뿌린다고 했을까? 가뜩이나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이거늘, 돈을 길거리에 마구 뿌릴 수는 없으니 온라인상에서라도 마음껏 뿌리면서 그 씁쓸하기 짝이 없는 돈맛을 충분히 맛보도록 배려하기 위함일까?



돈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채팅방에서, 그것도 거래라는 명칭이 아니라 굳이 돈을 뿌리고 줍도록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돈이라는 존재가 과연 장난질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일까? 누군가는 이러한 돈을 벌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 뼈 빠지도록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 카카오는 이 돈이 고작 장난질이나 희화화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되는 걸까?


서두에서 언급했듯 카카오는 그들 스스로 놀랍고도 새롭다는 '뿌리기' 기능에 대해 '나눔 문화'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누려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돈을 뿌리듯이 채팅방에서 돈을 마구 뿌려야 하고, 나눔을 받는 사람은 또 적선 받듯이 뿌려진 돈을 주으라는 의미인 걸까? '이쯤 되면 '나눔'이라 쓰고 '적선'이라고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는 소통 도구인 메신저상에서 돈을 뿌리고 이를 주워가며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라는 카카오의 친절한 배려인 걸까, 아니면 카카오가 지닌 속물 근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물일까? 우리 모두는 정답을 안다. 오직 카카오만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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