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카카오톡 없이 살아보기, 괜찮을까요?

새 날 2018. 12. 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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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국내에서 첫 상용화되었을 때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1990년대 중반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온라인이라고 해 봐야 고작 전화 접속으로 연결한 텍스트 기반의 PC통신이 전부였었는데요.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그것도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월드와이드웹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당시 이를 접했던 저는 바로 감지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터넷이 생활 곳곳으로 스며 들어 공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로부터 대략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제 인터넷은 전 세계를 그물처럼 연결,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토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 매체들이 이의 대중화를 꾀하고자 내건 이벤트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넷만으로 하루 버티기' 따위의 것들 말입니다.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건물, 오로지 인터넷 회선이 깔린 컴퓨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참가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종의 생존 미션이었습니다.


인터넷의 가능성에 대해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한 이벤트였는데요. 이제 세상은 급변하였습니다. 일반 사물까지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는 등 더욱 촘촘해진 세상은 편리함을 넘어 도리어 이로 인해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숨 막히게 하는 기제로 작용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 따위의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가 심심찮게 개최되곤 합니다.



'나는 오늘 카카오톡을 삭제했습니다'


아시아경제의 유병돈 기자가 도전한 카카오톡 없이 하루 살아보기 미션 또한 그의 일환으로 생각됩니다. 얼마 전 KT 아현지사의 화재로 인터넷망이 두절되었을 때 다들 어떠셨나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셨다고요? 이렇듯 인터넷은 어느덧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플랫폼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아시아경제


카카오톡은 애초 단순한 채팅 서비스에 불과했을지 모릅니다만, 이의 확장성은 사실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올 2분기 기준 카카오톡의 월간 실 사용자 수는 4358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이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든든하기 짝이 없는 이용자 숫자가 바로 카카오라는 기업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생활 밀착형 플랫폼을 계속해서 런칭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인터넷만으로 하루 버티기'로부터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카카오톡 없이 하루 살아보기'로 이어지는 이벤트에는 이렇듯 각기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의 해외 플랫폼 기업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여타의 기업들이 카카오톡의 독주를 우려하고 있는 건 결코 우연도, 아울러 엄살도 아닙니다.


급기야 카카오톡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RCS(Rich communication Suite)란 휴대폰의 기본 기능인 문자메시지 가운데 MMS를 더욱 강화하고 채팅 기능을 겸비한 서비스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RCS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단순하기 그지없던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기능을 카카오톡처럼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들 기업이 현재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략 두 가지로 읽힙니다. 부러움과 두려움입니다. 이들이 카카오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선 건 바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확장성을 엿보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래서 기존의 문자서비스 기능을 확대시켜 이를 통해 카카오톡의 아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플랫폼의 특징이 한 번 선점하면 웬만해서는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도전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카카오톡 없이 하루 살아보기' 미션 수행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인터넷이 도입되었을 당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는데요. '인터넷만으로 하루 살아보기' 미션은 인터넷의 대중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이벤트였고, 반대로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는 어느덧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이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 없이 하루 살아보기' 미션은 어떨까요? 제가 기시감이라고 그랬죠?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의 삶이 어느덧 카카오 플랫폼의 강력한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참 쉽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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