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다음 아고라 미즈넷 서비스 종료, 티스토리는?

새 날 2018. 12. 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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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와 미즈넷이 문을 닫는단다. 이를 두고 카카오는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던 것처럼 조심스레 운을 떼고 있으나,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어려운 결정이라기보다 어차피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니까 카카오의 다음 지우기 전략이 거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카카오가 표정 관리에 들어갔음이 역력하다.


미즈넷은 지난 세기인 1999년 7월부터 시작한 명실공히 다음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사랑과 이별, 고부갈등, 육아 등과 관련한 고민을 터놓고 나눌 수 있었던 얼마 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소통의 장이었다. 그밖에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큰 이슈인 연애나 다이어트 정보 등도 공유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아고라는 지난 200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대표적인 온라인 여론 토론장이다.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토론이 진행되었으며,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여론을 선도하거나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놓일 때도 많았다. 두 서비스는 공히 다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커뮤니티다. 이들 서비스의 폐쇄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온라인 여론 환경이 SNS로 옮겨가면서 아고라의 사용자 수가 급감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청와대의 국민 청원 시스템이 과거 아고라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측면도 읽힌다. 어쨌거나 카카오는 그동안 다음에서 제공하던 수많은 서비스를 폐쇄하면서 읊었던 그 레퍼토리를 또 다시 재현하고 있다. 즉, 인터넷 환경 변화로 소통 방식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아고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는 따위의 표현 말이다.


물론 이는 그저 피상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어차피 카카오엔 다음이라는 기업의 색깔을 완전히 없애려는 계획이 주요 어젠다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을 테고, 그에 따라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것 뿐일 테니 말이다. 다음에서 제공되던 수많은 서비스들은 그동안 차례차례 폐쇄라는 끔찍한 길을 밟아 왔다. 이제 남은 건 자체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일부의 서비스와 메일, 카페, 블로그, 그리고 티스토리 정도다.



자연스레 티스토리 서비스의 미래 향방에 초점이 맞춰진다. 서비스가 폐쇄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자 최근 티스토리는 새로운 스킨을 선보이는 등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사용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일종의 제스쳐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티스토리 서비스의 끝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다. 다음의 핵심 서비스인 아고라와 미즈넷이 지금처럼 갑작스레 폐쇄를 결정하게 될지 누가 짐작이나 했던 일인가?


때문에 카카오가 지금 당장 티스토리를 폐쇄한다고 발표해도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 게다가 현재 카카오 내에는 블로그 서비스가 무려 세 개나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카카오가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직접 런칭한 '브런치'는 그들의 적자이기에 절대로 폐쇄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다. 실제로 다음 PC 환경은 물론 모바일 환경에서도 브런치의 노출을 늘리기 위해 카카오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개선에 나서며 무언가 내부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듯한 티스토리의 경우는 어떨까? 티스토리의 존재 이유 혹은 정체성과도 같았던 초대장을 과감히 없애며 문호를 개방하고, 티스토리의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바꿨으나, 기존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티스토리 이용자들이 작성한 포스팅을 한데 모아볼 수 있는 스토리 영역을 폐쇄적으로 바꿔놓은 덕분이다.


아울러 이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자 우려스러운 요소 가운데 하나인데, 티스토리 포스팅의 포털 다음 노출이 최근 큰 폭으로 축소됐음이 감지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C 환경의 메인 외에 모바일 각 채널별로도 티스토리의 포스팅이 노출됐으나 최근에 이는 일제히 사라졌다. 그 대신 브런치의 포스팅이 티스토리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다. 다음 포털 메인 중간쯤에 위치한 티스토리 채널에는 총 네 개의 포스팅이 노출되도록 돼 있고, 예전에는 네 개의 포스팅을 선정하여 하루종일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하더니 근래에는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함인지 실시간으로 각기 다른 포스팅들이 노출되는 전략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모든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일일이 검토하고 적절한 콘텐츠를 선정해야 하는 편집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싶다.



이는 티스토리가 포털의 검색을 통해 노출시키는 방식 외에 다음의 직접적인 자원을 이용하여 트래픽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경로였는데, 그 기회마저 갈수록 축소시키더니 이제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왠지 조만간 이마저도 사라질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카카오는 티스토리를 개편하면서 창작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사이트 제작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블로그로의 쓰임새라기보다 기업을 위한 특수 목적을 띤 서비스로 개편하겠노라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면 나 같은 개인 블로거는 어떻게 될까? 결국 브런치 등 다른 서비스로 이전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걸까? 티스토리의 노출을 줄이면서 모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건 이러한 계획 하의 움직임인 걸까? 그러니까 티스토리 서비스가 아고라나 미즈넷처럼 급작스레 사라지는 비운을 맞이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거의 티스토리가 갖고 있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다른 색깔로 바꾸려는 의도임은 분명한 것 같다.


아고라, 미즈넷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이는 카카오의 다음 지우기 전략이 거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사라질 서비스는 무엇일까? 티스토리일까? 그 다음은 포털 다음?


지금 같아서는 카카오가 티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포털 다음을 아예 통째로 없애버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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