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취업준비생의 다수는 왜 공무원이 되려 할까?

새 날 2018. 12.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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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관철시킨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취업 특혜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딸이 2011년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김 씨를 무조건 입사시키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2년 뒤 공개채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도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용비리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도, 그리고 해당 정치인만의 일탈도 아닙니다. 강원랜드 등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지난해엔 금융기관에서도 채용비리가 불거지는 바람에 이를 불식시키겠다며 10년만에 은행고시가 부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 내에 해소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뿌리가 깊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기관이 경력 채용에서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심사기준을 짜 맞췄다가 감사에 적발됐다는 YTN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수법은 상당히 치졸했습니다. 채용이 이미 기업 내부적으로 정해진 이들, 즉 내정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기준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으며, 심지어 필기시험에서 내정자가 하한선을 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합격을 시킨 것입니다. 지난 3일 노컷뉴스는 수협에서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이 조합장 아들을 포함해 절반가량 내부 인사의 가족과 친인척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매우 불공정한 관행 가운데 하나입니다. 공공부문과 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이를 파헤치겠다며 국정조사를 관철시킨 정치인이 도리어 자신의 자녀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희극처럼 보이는 작금의 비극은 이땅의 수많은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합니다.


ⓒ연합뉴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부를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슬로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지금 사회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현상들은 이러한 슬로건을 오히려 공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니 무색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숙명여고 사태가 불거지면서 수시와 학종을 없애고 그나마 가장 공정한 정시로 대입시험을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혜 입학은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키고 계층 이동의 기회마저 앗아가는 원인 제공을 하기 때문일 텐데요. 아예 처음부터 출발선을 다르게 하는 이러한 반칙 행위는 불평등한 사회의 단초가 되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시족의 폭증입니다. 공공부문이든 사기업이든 영역에 관계없이 기업의 채용 과정이나 결과 자체를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현상 말입니다. 통계청의 '2017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층 취업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전국의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모두가 짐작하는 그대로입니다. 물론 IMF 이후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최고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고, 워라밸과 소확행 트렌드의 영향이 이러한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합니다. 실제로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 ‘노후 보장’이 전체 응답률 26%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휴가 및 휴직 등 제도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아 보여서’가 16%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이유로 든 이들도 많았습니다. '학벌, 전공, 기타 스펙 등의 이유로 취업하기 쉽지 않아서'가 그 뒤를 잇고 있었습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7급 시험의 경쟁률은 100대1에 육박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모두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시험 준비에 나서는 건 국가적 낭비라며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아울러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게 한다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 틀린 주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서도 살펴 봤듯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회가 불평등하기 짝이 없으며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합니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반칙 행위를 일삼고 있습니다. 그 사이 돈과 권력을 쥔 자들로 인해 기회를 빼앗긴 힘 없는 보통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고,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입시험을 정시로 일원화하자는 외침,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은 바로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보통사람들의 몸부림인 셈입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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