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사용한 돈이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펴낸 '우리나라 해외소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소비지출은 31조9천374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9.9%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의 해외소비지출은 대부분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 경비로 사용된 돈이며, 국내에서의 해외 직구 지출이나 해외 출장 등의 직무를 위해 사용된 돈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해외 소비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8.7%가량 증가했다. 반면 국내 소비는 같은 기간 연평균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와 저비용 항공 노선의 확대 등을 해외 소비 지출 상승의 이유로 꼽고 있다. 뿐만 아니다. 워라밸이나 소확행과 같은 트렌드가 사회 전반을 휩쓸면서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해외에서의 씀씀이가 증가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근래에는 이른바 워라밸이니 소확행과 같은 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해외여행을 더욱 부추기는 경향이 크다. 치열한 경쟁 일변도의 삶, 덕분에 무엇이든 빨리빨리 서둘러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늘 타인과 비교해야 하는 매우 피곤한 삶, 이러한 우리만의 분위기와 여건이 해외여행마저도 경쟁적으로 다녀오게 한다. 소위 '아싸'가 아닌 '인싸'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간다고 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빚을 내면서라도 말이다.
워라밸과 소확행 등의 사조가 유행하는 데는 비싼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실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미래를 위해 오롯이 현재를 희생해 온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에 반기를 들고,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기보다 그냥 현재를 즐기고 충실히하는 삶을 살겠노라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편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은 사양할게요 (22) | 2018.12.26 |
---|---|
취업준비생의 다수는 왜 공무원이 되려 할까? (16) | 2018.12.21 |
20대, 그들이 마음껏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14) | 2018.12.19 |
학생 인권 때문에 교권이 무너진다는 주장, 옳을까? (14) | 2018.12.18 |
20대 남성들은 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나 (4) | 2018.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