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학생 인권 때문에 교권이 무너진다는 주장, 옳을까?

새 날 2018. 12.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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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희망 직업 1순위입니다. IMF 이후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면서 이와 같은 흐름은 더욱 공고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희망사항과 실제 교직에서 몸담고 있는 교사들의 인식 사이에는 적잖은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요즘 일선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특히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교사들일수록 정년까지 근무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합니다. 예전보다 아이들을 다루기 어려워졌고, 학부모들의 간섭이 지나친 데다가 사회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그의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안타깝게도 이제 갓 들어온 젊은 교사들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8월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실에서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부터 30대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 속하는 교사들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숫자가 정년까지 교직을 이어갈 뜻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교단의 엄혹한 현실은 교원 명예퇴직 급증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전국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160명에 그쳤던 대구지역의 경우 지난해 188명에서 올해 259명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전남 역시 167명에서 220명으로, 부산은 392명에서 569명으로 늘었습니다. 경기도는 853명에서 1,162명으로 36.2%나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높아진 학생 인권 등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교육 환경과 무너진 교권에 대한 교사들의 회의를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학생 인권과는 별개로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다루기가 어려워진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학부모들의 간섭이 폭증한 것 또한 교직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지위도 과거와 달리 존경 받는 직업인이라기보다 그냥 돈벌이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직업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나 간혹 교사나 교원 이익단체 등으로부터 학생 인권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추락했노라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시다시피 인권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합니다. 학생이라고 하여 달라지는 건 결코 없으며, 절대로 예외가 있어서도 안 되는 보편타당한 권리입니다. 아울러 교권이란 교사로서의 권위나 지위를 뜻하는 말로, 통상 수업권의 의미로 사용됩니다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가르치는 일의 권리, 신분상의 권리, 재산상의 권리, 교직단체 활동권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참교육 이야기' 참고)



그렇다면 학생 인권이라 함은 비단 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응당 존중 받아야 하는 보편적인 권리에 해당하기에 이를 기꺼이 따른다고 하여 교권이 추락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학생 인권 때문에 교권이 보장 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인권과 교권은 분리되어 이해되어야 하며, 어느 한 쪽의 권리 보장으로 인해 다른 한 쪽이 피해를 입게 되는 그러한 관계가 결코 아니라는 말입니다.

학생 인권이 교권을 추락시킨다는 주장은 교직 사회가 여전히 과거의 악습과 인식에 갇혀 있노라는 방증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교사들은 훈육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교사가 학생 위에 군림하면서 절대자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누려 왔던 경향이 큽니다. 그러니까 인권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노라는 주장은 당시의 인식으로부터 단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노라는 의미가 됩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마당에 신기하게도 우리의 일선 교육 현장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다름 아닌 이러한 이유가 숨어 있었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그나마 근래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에게 가해지던 폭력은 조금씩 사라질 기미가 보입니다만, 교사들 일부는 여전히 과거의 틀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학생 인권이 존중되는 만큼 교권도 존중 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치에 어긋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이란 학생인지 아닌지의 여부와 관계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권리라고 앞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교권이란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음으로써 그의 반대급부로 누리는 성질의 권리가 결코 아닙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인권과는 달리 교사들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권리입니다. 급변하는 학습 환경에 걸맞게 교사들이 직접 교육 방식을 바꿔 나가거나 부단한 자기 계발을 통해 교육 환경을 개선시키고, 성장을 꾀하면서 스스로 높여 나가야 하는 권리가 다름 아닌 교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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