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용균법 통과, 일단 환영합니다

새 날 2018. 12. 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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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27일 ‘김용균법’을 처리했다. 일단 환영한다. 서울신문은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김용균 씨의 희생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막아 달라는 광장의 절규, 그리고 김용균 씨 어머니 등 유가족의 호소에 이은 국회의 '김용균법' 처리와 관련하여 한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를 움직였다는 극적인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뽑았다.


내가 서두에서 '일단'이라는 단서를 달아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개정 요구가 빗발친 지 무려 2년7개월 만에 국회를 간신히 통과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그동안 무얼 한 것일까? 도대체 몇 사람의 국민이 희생되어야 정치인들은 움직이는 것일까?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귀한 가치가 어디 있다고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그동안 이를 외면해온 것일까?


ⓒ여성신문


구의역 사고 당시 안전과 관련한 직무는 노동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결과물이기도 하기에 절대로 외주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관련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이를 끝내 외면했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하여 당시 법이 개정되었다면 김용균 씨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기에 정치권의 뒤늦은 합의는 너무도 야속하다.


비단 김용균법 만이 아니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입법을 염원하고 바랐던 유치원3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몽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할 노릇이다.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27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운영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다낭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고 YTN이 보도했다. 출장비 대부분은 국회 운영위 예산에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경우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 자성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국민의 혈세로 외유성 출장을 나간 셈이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연합뉴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20대 국회 2차년도(2017년 5월29일~2018년 5월29일) 본회의 재석률을 분석한 결과 자유한국당이 57.1%로 가장 낮았다. 본업에 가장 충실하지 않은 집단이 외유성 외출은 제일 열심이다. 참고로 더불어민주당(76.68%)이 가장 높았으며, 바른미래당은 67.26%, 민주평화당 61.30% 순이었다. 우리가 낸 귀한 세금이 이렇듯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게다가 엉터리 같은 곳에,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셈이다.



김용균법이나 유치원3법 등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겠지만, 정치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깊숙이 개입돼 있다. 때로는 목숨까지 영향을 받는다. 한 나라의 정치와 정치인의 수준이 곧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도외시하며 민생마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세비만큼은 셀프 인상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 이 추위에 지역구 주민 등의 삶을 돌아보지 않고 도리어 따뜻한 휴양지로 외유를 떠난 정치인들, 이들을 가만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아울러 정치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다음 총선 때 반드시 솎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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