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카카오, 기본을 망각하지 말라

새 날 2018. 12. 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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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택시 업계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풀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택시 업계의 반발은 극에 달해 가고 있다. 급기야 귀중한 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오늘 오후 2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도로에서 택시 기사 57살 최 모 씨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을 시도했다가 끝내 숨진 것이다. 이에 앞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이익단체는 카풀 서비스 출시 취소를 요구하며 카카오 택시 호출 거부 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카풀 서비스가 정식으로 개시될 경우 택시 차량 전체를 동원 끝장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국회 국교위에 제출된 카풀 근절을 위한 법률안 의결도 동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러한 택시 업계의 반발 움직임에도 눈 하나 꿈쩍 않는 모양새다. 상생은커녕 소통 따위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눈치다. 대세는 이미 자신의 쪽으로 기울었다는 판단이 선 탓일까? 택시 업계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너희들은 비싼 요금에 구닥다리 불친절한 서비스일 뿐, 최신의 스마트한 서비스는 결국 기술력과 플랫폼을 겸비한 자신들의 몫이라는, 일종의 자신감의 발로로 읽힌다. 물론 틀린 분석은 아니다. 해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술을 토대로 하는 플랫폼 사업은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인 까닭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금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택시'라는 이름으로 이미 택시 업계와 파트너를 맺어 함께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하루 아침에 사업 영역을 침범 당해 생존권마저 위협 받고 있는 택시 업계를 도외시하고 있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택시 서비스와 양립하기 어려운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생에 관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 택시 업계의 처지와 분노를 헤아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어야 하지 않을까?



카카오의 행태는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소상공인들과의 상생 방안으로 커피 찌꺼기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오히려 비난을 자초한 스타벅스의 사례를 상기시킨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이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점의 형태로 운영된다. 덕분에 가맹사업법 등으로부터 자유로워 매장 간 거리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특혜를 십분 활용, 좋은 상권의 경우 점포 여러 개를 한꺼번에 입점시켜 주변 상권을 초토화시킨다. 결국 소상공인들의 눈물로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시장 지배적 지위에 위치한 거대 자본이 소규모의 커피전문점 사업자들과 상생하겠노라며 제안한 방안은 어처구니없게도 쓰레기에 불과한 커피 찌꺼기 제공이 아닌가. 놀랍지 않은가. 상생은커녕 소상공인들의 처지 따위는 전혀 헤아리고 있지 않노라는 방증이니 말이다. 스타벅스는 소상공인들과 상생에 대한 협의라도 이뤄지고 있으니 카카오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근래 카카오가 벌이는 일련의 사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본질이 드러나는 듯싶어 섬뜩할 때가 많다. 사례를 들어보자. 카카오는 최근 아고라와 미즈넷 서비스의 종료를 선언했다. 물론 이 또한 예견됐던 사안이지만, 어쨌든 아고라와 미즈넷은 그동안 포털 다음 내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소임을 다해 왔기에 못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과의 합병 이래 다음의 힘 빼기와 색채 지우기에 전력을 쏟아 왔다. 주요 서비스들을 차례차례 폐쇄시키더니 급기야 핵심 서비스마저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포털 다음 그 자체라는 우스갯소리가 대중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 나온다.



뿐만 아니다. 최근 카카오톡 단톡방에 돈 '뿌리기' 기능을 추가하여 돈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희화화하는 등 장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돈이란 여기저기에 쉽게 뿌려대듯이 한낱 우스운 존재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사회에는 다행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의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택시 업계의 사업 영역을 침범,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도 상생에 대한 고민도, 소통도 일절 않고 있으니, 결국 본질은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카카오, 기본을 망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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