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발매 후 동생들의 군입대로 산울림은 잠시 활동을 접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4집부터 6집까지는 동생들의 군 휴가기간 틈틈이 짬을 내 만들어진 앨범들이란다. 이번 앨범에 실린 대부분의 곡들은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이다. 전작 앨범들의 히트로 이들의 인기가 정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바이리라.
보통 가수들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게 되면, 과거의 노래들로 채워진 상태에서 신곡 몇 개만 끼워넣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일반 가수들의 새 앨범엔 실제 신곡이 몇 곡 되지 않는, 마치 질소만 가득 찬 빵빵한 과대 포장된 과자봉지를 사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만, 산울림은 관행에 얽매인 그들과 분명 달랐다. 과거에 발표된 곡의 재활용은 절대 없고, 새로운 앨범이 발매되면 무조건 신곡들로만 가득 채워진다. 우리가 산울림을 통해 느끼는 신선함이란, 비단 노래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상업적이지 않은, 기성 가수들과의 차별화된, 이런 면에서도 우린 그들로부터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김창훈 자작곡 '특급열차', 본인이 직접 부른다. 아마도 김창완이 불렀다면 김창훈만의 거친 음감을 표현해내지 못했으리라. 3집 '내마음'에서와 같은 육중함은 느낄 수 없지만, 김창훈식의 거친 고음 처리가 매력적인 노래다. '거인의 숲', MBC 아동드라마 주제곡이다. 이 노래는 나중에 발매된 산울림 동요 2집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노래로 리메이크되며 훨씬 다이내믹한 형태의 곡이 된다.
비주얼이 강세인 지금에 와서야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라디오 드라마가 꽤나 인기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2008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막내 김창익이 직접 작곡한 곡은 산울림 전체 앨범을 통틀어 두 곡으로 기억된다. 4집 '풋내기들의 합창'과 9집 '길엔 사람도 많네'라는 곡이다.
'여운'이란 곡은 잔잔한 김창완의 목소리와 함께 뒷부분을 강한 비트의 연주로 채워넣어 제목과 같은 긴 여운을 남긴다. 노래라기 보단 마치 시를 읊는 느낌의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솔직히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잠이 절로 온다. 김창완의 메인 보컬과 김창훈의 거친 화음으로 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을에 오시나요', '카멜레온', 이 두 곡은 산울림만의 톡톡 튀는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발매 : 1979년 4월 15일
A면
1. 특급열차(속에서) (작사, 작곡 : 김창훈)
2.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 TBC-R 연속극 주제가 - (작사, 작곡 : 김창완)
3. 풋내기들의 합창 - KBS-R 연속극 주제가 - (작사 : 김하림 / 작곡 : 김창익)
4. 가을에 오시나요 - TBC-R 연속극 주제가 - (작사, 작곡 : 김창완)
5. 거인의 숲 - MBC-TV 드라마 주제가 - (작사 : 김창완 / 작곡 : 김창훈)
6. 그리움 (작사, 작곡 : 김창완)
7. 유리인형 (경음악) - 영화 ‘내일 또 내일’ 삽입곡)
B면
1. 우리 강산 (작사, 작곡 : 김창완)
2. 여운 (작사, 작곡 : 김창훈)
3. 카멜레온 - 극단 ‘자유’ 제 2의 관계 테마곡 - (작사, 작곡 : 김창완)
4. 어디로 갈까 - 영화 ‘내일 또 내일’ 삽입곡 - (작사, 작곡 : 김창완)
5. 내일 또 내일 (영화 주제가) (작사, 작곡 : 김창완)
6. 바람부는 강 언덕 (경음악) - 영화 ‘내일 또 내일’ 삽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