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그룹 산울림의 혜성 같은 등장은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와 비견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 부분에 딴지를 걸어온다 한들 별 할 말이 없다. 두 옥타브 뚝 떨어지는 재기발랄한 노래와 아무렇게나 내지르는 듯한 가볍고 아마추어틱한 창법, 형제들의 경쾌한 연주... 이들 이전엔 결코 접해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의 노래는 당시 대중들에게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데뷔 앨범의 취입 또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이들 형제는 자신들의 노래를 공 테이프에 녹음하여 레코드사들을 전전하며, LP판 취입을 타진한다. 일반적인 레코드사에선 신출내기 아마추어 밴드에 불과한 이들의 노래를 취입해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서라벌레코드사의 사장은 한 눈에 이들의 가능성을 엿보았고, 자신의 회사에서 이들의 데뷔 앨범을 내놓게 된다. 결국 이 앨범은 대박을 터뜨린다.
타이틀 곡 '아니벌써'는 워낙 잘 알려진 곡이라 별도의 언급은 않겠다. 이 외에도 이번 판에 실린 총 9곡의 노래는 지금 들어봐도 옛노래 같지 않은 신선함이 배어있다. 이들의 노래는 모든 곡이 자신들의 자작곡으로 이뤄져있다. 싯구와 같은 노랫말과 가볍게 내지르며 읆조리는 김창완의 창법이 잘 어우러져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서정성 짙은 김창훈식 발라드, '골목길', '그 얼굴 그 모습'은 향후 김창훈이 만들어낼 곡들의 방향성을 엿보이게 한다. '아마늦은 여름이었을거야'를 통해선 나른한 늦여름의 정취가 흠뻑 느껴지며, 무한 반복되는 듯한 가사와 크게 출렁이지 않는 잔잔한 음색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해준다. 중간의 간주도 재미있다.
'문 좀 열어줘'란 곡은 사실 '아니벌써'보다 10배는 더 재밌고 흥겨운 노래다. 발랄한 연주뿐 아니라, 김창완과 김창훈의 억지 소프라노 또한 이 노래만의 튀는 요소가 된다. 반면 '불꽃놀이'란 곡은 조금은 더 다듬어진 듯한 느낌? 그래서 B면 타이틀로 정해졌을 듯... 김창완식 발라드는 굴곡진 느낌인 반면 동생 김창훈의 그 것은 상대적으로 직선의 느낌이다, '소녀'라는 곡과 '골목길', '그 얼굴 그 모습'을 비교해가며 들어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청자'는 나름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한 실험곡으로 평가받는다.
1집 발매 : 1977년 12월 15일
A면
1. 아니 벌써 (작사, 작곡 : 김창완)
2.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작사, 작곡 : 김창완)
3. 골목길 (작사, 작곡 : 김창훈)
4. 안타까운 마음 (작사, 작곡 : 김창완)
5. 그 얼굴 그 모습 (작사, 작곡 : 김창훈)
B면
1. 불꽃놀이 (작사, 작곡 : 김창완)
2. 문 좀 열어줘 (작사, 작곡 : 김창완)
3. 소녀 (작사, 작곡 : 김창완)
4. 청자 (아리랑) (작사, 작곡 :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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