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시절부터 이 곳 저 곳의 레코드 가게를 순회하며 구입해 모아 온 산울림 LP판... 나름 광팬이었던 당시, 앨범 구입을 위해서라면 어딘들 못쏘다녔겠냐만, 지금 생각해봐도 산울림 그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말 각별했던 듯싶다. 뭐 산울림 정규 앨범을, 12집까지 중간에 빠진 놈 없이 모두 소장하고 있다 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앨범인 13집만 빠진 셈... 13집이 발표되었을 당시엔 음반 시장에서의 대세가 CD 형태인 때라 13집의 LP판 출시 여부는 사실 불확실하다.
보다 솔직해져보자. 10집부터는 산울림 이들이 직접 연주한 앨범이 아니다. 내 귀가 아무리 막귀라 해도 이들의 연주소리인지 아닌지는 얼추 구별해낼 수 있다. 이들 앨범은 무늬만 산울림이었지 실상 김창완의 솔로 앨범에 더 가까워보였다. 형제들이 함께하지 않아 그런 걸까? 이때부터 산울림, 아니 김창완의 참신했던 음악성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때맞춰 가수로서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오히려 탤런트나 라디오 진행자로 우리 앞에 서는 경우가 더욱 잦아졌다. 이러한 색채가 가장 짙은 대표적인 앨범들이 11집부터 13집까지다. 11집까지는 이들에 대한 갈증 때문에 구입했고, 12집은 왠지 의무적으로 사야 할 것 같아 구입했다지만, 11,12집에 대한 실망감은 그대로 13집으로 전이된다. 13집 구입을 내켜하지 않은 이유다.
정규 앨범 사이사이 발표된 동요집, 총 3집까지 발표되었으며, 이 중 '개구장이'와 '산할아버지'는 국민 동요로서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던 곡이다. 3집까지의 앨범을 꼼꼼히 파헤쳐보면, 동요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정규 앨범 외의... 김창완 독집이나 싱글, 드라마 삽입곡 등 다양한 분야의 앨범들... 저들 중엔 그 당시에도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템이 적지 않다. 앨범들을 꺼내어 보고있노라니, 무언가 감회가 새롭긴 하다. ㅎ
개인적인 생각엔 정규 앨범 중 1집, 2집, 3집, 7집, 8집, 9집 이렇게 여섯 앨범과 동요 3집까지, 총 9개의 앨범 정도가 진정한 산울림 앨범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할 듯싶다. 솔직히 9집부터 이들의 음악은, 이미 음악성 측면에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든 느낌이었고, 실상 삼형제가 함께 연주하며 활동한 기간이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언급된 9개 외의 앨범들은, 형제들이 군대에 가있거나 취업 등으로 실제 음악 활동이 어려운 시절, 김창완이 다른 세션맨들과 함께 만든 것들이라 순수 혈통의 산울림 음악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무리란 생각이 든다. 아니 광팬의 입장에서 볼 땐 별로 탐탁치 않은 부분이다.
정규와 동요 앨범에 삽입된 그림들은 모두 김창완의 솜씨라 한다. 1집부터 13집까지 30여년, 강산도 세 번은 변했을 법한 시간의 흐름인데, 앨범 디자인은 변함 없이 한결 같다. 확실히 김창완에겐 많은 끼가 잠재되어 있는가 보다. 음악이면 음악, 그림이면 그림, 연기면 연기 못하는 게 없는 그다.
본격적인 각 앨범과 음악에 대한 얘기들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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