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산울림, 그들은 내 청소년기 우상이었기에...
아마도 중3 때였을 것이다. 감수성이 매우 민감하던 시절, 우연히 노래 한 곡을 듣게 되고 자연스레 그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산울림 7집에 수록된 "청춘"이란 노래였다. 사실 이 노래는 내가 관심을 갖게 되기 전 그 해 봄부터 이미 가요계 각종 차트를 휩쓸며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곡이다.
내가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이미 유행이 다 지나간 끝물 무렵이었다. 유행의 유통기한이 다 된 곡이기에 라디오에서도 듣기 힘들게 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노래의 녹음을 위해 집에 있는 카세트에 공테이프를 걸어 놓고 산울림의 "산"자만 나오면 무조건 레코드 버튼을 눌러 댔다.
"청춘"이란 노래보다는 산울림의 다양한 노래들이 내 그물에 걸려 들었다. 물론 "청춘"도 끝내 포획할 수 있었다. "청춘"을 녹음하기 위해 시작된 산울림의 노래 녹음 작업은 자연히 산울림에 대한 다양한 노래들을 접할 기회를 얻게 해 주었고, 이는 나를 차츰 산울림의 광팬으로 변모시켜 주었다.
산울림의 진가는 "청춘" 뿐 아니라 오히려 숨겨져 있던 다양한 노래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형제들이 직접 연주하며 가볍게 내지르는 시적인 노랫말과 몽환적이며 중독성 돋는 음율.... 아마추어틱한, 뭔가 어설프지만 진실되어 보이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사람들과 노래....
그래, 나는 이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녹음보다는 원곡을 구하고 싶어 레코드가게들을 쏘다녔다. 용돈을 탈탈 털어 구할 수 있는 앨범은 모두 구입하였으며, 특히 구하기 힘든 과거 앨범들은 온 동네 레코드가게를 다 뒤지고 다녔다. 그래도 구하지 못하면 시내로 나가면서까지 구해오는 열정을 보였다.
아쉽게도 산울림은 7집과 8집 앨범을 끝으로 각자 직장생활을 위해 팀을 해체하기로 했단다. 덕분에 TV에서 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 시절 이들 이름만 나와도 내 가슴은 콩닥콩닥....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목청껏 부르던 "회상", "독백"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등이 생각난다. 그래 맞다. 산울림은 내 청소년기의 우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