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복날 시청자에게 던진 메시지, 책임감 있는 육식

새 날 2016. 7. 17. 17:45
반응형

17일은 초복이었다. 조상들의 지혜는 해가 지날수록 놀랍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초복 중복 말복 시리즈의 복날 역시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그랬으나 나이가 들수록 이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와 밤잠을 설치게 하는 후텁지근한 기후로 인해 기력이 쇠해질 즈음 모두가 이를 보강할 수 있도록 대대손손 전해져 오는 배려의 마음 씀씀이가 담긴 복날 세시풍속은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복날만큼은 축 늘어지고 허해진 몸을 보양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자에게 적합한 갖은 종류의 육식을 곁들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그럴까? 때마침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소식이 눈에 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율은 세계 최고였으며, 수입량으로 따지면 일본과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양이었단다. 그러니까 한때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을 중단해야 하니 마니 하며 시끄러웠던 국가에서 일약 세계 세번째로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국가로 등극한 셈이다. 물론 근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중들의 경계심이 많이 무뎌진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래도 이쯤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자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SBS 방송화면 캡쳐


육류 소비가 정점을 찍을 시기인 초복날 이른 아침, 공중파 TV 방송 매체인 SBS 채널에서는 그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한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름아닌 '고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다. 우리가 섭취하는 육류 역시 어느덧 기계에서 물건 찍어내듯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체제를 갖춘 지는 한참 지난 얘기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소비가 늘어나게 되니 대량생산체제를 갖췄을 테고, 나중에는 대량생산된 육류를 어떡하든 소비해야 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부추기며 오늘날의 결과를 빚게 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글로벌 축산산업을 움켜쥔 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자본의 희생양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장난에 의해 우리의 입맛마저 길들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소비해야만 한다면, 지금과 같이 무절제한 방식보다 무언가 대안이 될 만한 육류 소비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요즘 세상은 뭐든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풍족함이 과할 정도다. 육류 소비라고 하여 별반 다르지 않다. 앞서도 언급했듯 세계 세번째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만큼 우리의 육류 소비는 어느덧 풍족함을 넘어 과잉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물론 한우 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그의 대체재 성격이 짙은 미국산 쇠고기가 반대급부로 혜택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 결코 틀리다고는 볼 수 없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광우병 파동까지 겪었던 국가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이의 수입을 많이 하게 된 건 자의에 의한 결과물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근본적으로 우리의 식단이 육식 쪽으로 크게 기울어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치맥이 국민 간식의 맹주로 떠오를 정도로 평소 우리의 식습관은 육식에 쉽게 길들여져 온 경향이 짙다. 서구형 질병의 대명사격인 대장암 발병률이 근래 급증하는 것도, 아울러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것도, 이와 같은 우리의 식습관 패턴이 크게 변화해 왔음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즐겨 먹던 육류에 대해 한번쯤 이를 곰곰이 생각케 하고, 생명의 존귀함 그리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어떤 방식의 식생활을 하는 게 과연 올바름인지에 대해 곱씹게 한다. 


학교의 빈 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한 학급에 새끼 돼지를 할당, 아이들로 하여금 이를 직접 키우도록 책임감을 부여하여 나중에 도축 여부의 결정까지 그들에게 맡기니 평소 가볍게 받아들이며 아무 생각 없이 즐기던 고기가 어느 순간부터 전혀 색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돼지를 더 이상 자신들이 돌볼 수 없는 현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도축이 싫지만, 이내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면모도 드러낸다. 


이때 자신들이 애지중지 키우며 정든 돼지가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어 죽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랬던 아이들 역시 결국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게 되고,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밥상에 오르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깨달으며 생명의 중요성을 터득하는 계기로 삼게 된다.


우리보다 적어도 20년 가량 앞서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던 일본,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부쩍 자라 성인이 되었고, 육류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들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던 터다. 인터뷰에 응한 남성의 경우 아무리 배가 부른 상황이라 해도 고기만큼은 절대로 남기지 않게 됐다고 말하며, 여성은 평소 식단에서 고기가 나올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접시에까지 오르게 되는지를 알고 있으니 아무래도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보통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더란다.


SBS 방송화면 캡쳐


다큐멘터리 말미에 등장하는 미국인 여성처럼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고기를 즐기되, 적어도 자신이 먹는 고기로 인해 환경에 어떠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최대한 이를 줄일 수 있도록 책임지고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계에서 제품 찍어내듯 가축을 대량 사육, 어느덧 그 입맛에 길들여진 채 과잉소비의 덫에 빠져든 현대인들에게 책임 있는 육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이 여성처럼 방목을 통해 직접 기른 가축을 도축하여 육류를 섭취하며 고기를 먹을 수는 없다 해도 인간의 과욕이 낳은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덫에서 탈피, 절제된 육식을 통해 자신이 먹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늘리고 환경까지 고려하는 소비가 우리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어릴적 산 교육을 통해 가축이 어떻게 길러지고 우리의 식탁에까지 올라오게 되는지를 터득한 사람들은 육류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랐던 것처럼 우리 역시 비슷한 교육적 방식의 활용을 통해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가를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고기를 먹는 것이 제 건강에 중요하다고 한다면 저는 그 고기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책임감을 위해서 모두가 자신의 가축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만, 적어도 자기가 고기를 얻는 목장이 어딘지 정도를 아는 것은 메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