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영화관 광고 시간 제한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다

새 날 2016. 7. 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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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시각에 맞추느라 불이 나게 달려와 겨우 자리에 앉았으나 이후로 10분 동안이나 광고를 내보내며 시간을 지연시켜 허탈해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었을 듯싶다. 물론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그 패턴이 낯 익어 실제 영화 상영 시각 뒤로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법하지만 말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의 영화 상영 패턴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양 한결 같다. 즉 영화 상영 시각 10분 전부터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하여 무려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광고에 할애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광고 시간은 영화 상영 시각 이후 10분 동안이다. 일례로 영화 상영 시각이 12시 정각인 영화가 있다면, 실제 상영시각은 그보다 10분 뒤인 12시 10분에 이뤄진다. 영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의 대부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CGV 입장권


우리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관람료를 지불한 건데, 무려 10분 동안이나 원치 않는 광고를, 그것도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강제로 관람을 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들이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영화관 업계 상위 3개사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시장점유율은 90.1%로 2014년 기준 연간 1671억에 달하는 광고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주 수입원인 영화 관람료 외 끌어모은 관람객을 이용하여 꽤나 짭짤한 부가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영화관 측이야 입장권이나 모바일 티켓 하단에 조그맣게 표기한 '10여분 동안 광고가 상영된다'는 문구 하나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노라고 말하고 싶을 테다. 공정위도 이러한 영화관 측의 노력(?)을 매우 높게 평가한 느낌이다. 실제 영화 상영 시각보다 늦게 입장하는 관람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예 시간을 둔 것이라는 보다 그럴 듯한 이유로 포장한 영화관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늦는 사람이야 시간을 어떻게 정하든 늦기 마련인 데다가, 실제 상영 시각이 이미 알려진 영화 상영 시각보다 10분 뒤에 이뤄진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들이 그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하기에 이는 배려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2월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인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티켓에 표시된 영화 상영시간 중 10여분을 광고로 지연시켜 관객을 기만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2월 '멀티플렉스가 영화 시작 전 광고를 상영해 광고 수입을 취득한 행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멀티플렉스 3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가 영화 상영 전 광고 상영 등으로 본 영화가 티켓에 표기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티켓을 통해 사전에 고지하고 있어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 상영이 포함된 것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결정이 자신들의 이름처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정당성을 담보하려면 보다 명확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일례로 영화 상영 시각을 광고가 모두 끝난 뒤인 실제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정확히 알려야 제대로 관객에게 이를 인지시킨 결과가 아닐까? 지금처럼 영화 상영 시각은 큼지막하게 써놓은 반면, 티켓 구석,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작은 글씨로 광고 상영을 언급하며 영화 상영 시간의 10분 가량을 까먹고 있는 건 일종의 꼼수 내지 기만이 아닐까? 떳떳하다면 왜 좀 더 투명한 방식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걸까?


공정위의 이러한 결정은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 민변 등이 영화관 사업자 1위인 CGV를 대표로 선정해 제기한, ‘영화관이 관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광고를 상영하여 얻은 연 810억의 막대한 광고수입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및 위자료 청구 공익소송’에 대해 원고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지금과 같이 영화관들의 무책임한 광고 상영을 그냥 받아들인 채 여전히 관람료를 내면서 광고를 봐야 하는 걸까?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히 없는 걸까? 다행히 공정위의 무혐의 처리 발표와 소송에서의 원고 기각으로 입법 청원을 추진 중인 시민단체의 영향을 받아 일부 의원들이 관련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봐야 할 것 같다.


롯데시네마 입장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관람객의 영화감상권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법안은 표시된 영화의 상영시간 전에 내보내는 광고영화의 상영시간이, 예고편 영화의 상영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영화관람권에 영화의 상영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공지하고 공지된 시간에 영화를 상영하도록 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역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영화관 운영자가 영화의 상영 시작과 종료 시각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영화관람권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영화 시작 시각을 지나 광고나 영화 예고편을 틀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영화 소비자가 애초 티켓을 구매한 건 영화 상영 시각부터 종료 시각까지 계약된 시간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함이지 광고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표에 기재된 영화 상영 시각과 달리 실제 상영을 10분 가량 늦게 하여 그 사이 광고를 강제로 보도록 한 행위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이다. 아무쪼록 영화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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